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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마라톤

작성일 18-03-0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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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진철 조회 4,138회 댓글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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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동지달 초닷새날 단풍 꽃길 달리는 것으로
정유년 마지막 마라톤을 마감 하면서
게으른 거북이 일찌감치 겨울잠을 자다가
꿈결에 들려오는 '대한 독립 만세!' 함성 소리에
잠깨어 잠실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네.

삼일절도 춘삼월이라고
장갑과 토시, 바람막이도 물품보관 해놓고
우리 벗어난 맹수처럼 용감하게 한강변을 내달리는데
강물을 훑고 올라와 사정없이 몰아치는 칼바람에
육십 중년 삭신이 다 녹아나는구나.

뛰다보면 열나고 괜찮겠지
꿈도 야무지게 발광하며 뛰어보지만
해가 중천을 향해가도 멎지 않는 세찬 바람에 
천호대교 지나 아련한 잠실운동장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반타작만 하자면서 회군을 마음먹누나.

하지만 길가의 인연에 귀인 있어 섭섭하지 않다던가
"어이구, 맨손이시네. 이 장갑 끼세요.
나는 운동 끝내고 집에 갑니다."
건네 받은 장갑이 따뜻해 팔까지 온기가 전해지는데
뛰기에 바쁘다고 은인의 등뒤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결례를 범했네.

감사하고 흐뭇함에 한조각 회군의 마음을 접고
한층 가벼워지고 훈훈해진 가슴으로
소름 돋는 찬바람에 맞서 질주 하였네.

간절할때 장갑 한 짝이 이리도 고마운데
그래도 나는 뛰지만
붙박이로 봉사하며 응원하는 천사들이 가여워
하트 손짓으로 사랑의 답인사했네.

게으른 거북이라서 마라톤이 힘들고
오랫만에 달리기라 더욱 힘드는데
추위에 잘달리라고
아니, 꼭 완주 하라고 건네준 장갑 한짝이
고비 마다 마력으로 힘을 더해주누나.

"그분이 누구일까?"
기운이 진할때마다 생각해보며 시름을 잊고 달려서
백오리 뛰어도 땀한방울 없는 추운 날씨에
제한시간 민폐 없이 완주 했노라....
기쁨에 밤 이슥하게 잠못이루고
대회참가자 기록공지를 확인 하던 차에
'딩동!' 오는 휴대폰 문자.

"안녕 하세요?  박종학입니다.
너무 추워 보여서 점퍼까지 벗어 드리고 올껄
후회가 되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완주 하셨네요.
추위에 고생 하셨겠어요.
장갑은 헌 장갑이라서 버리셔도 되요.ㅎ
회복 잘 하세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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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병준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병준
작성일

진철이형! 노고가 크셨습니다.  회복 잘 하시고 주로에서 자주 뵙죠.

김창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창희
작성일

글에서 봄기운이 느껴지는 마음 훈훈해지는 글입니다.
회복 잘 하세요. 힘!!

이재복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재복
작성일

삼일절 마라톤
암사대교1차 반환 지점과 양제천2차반환지점
조우할때마다 한결같은 꾸준함이 늘 보기가 좋았습니다
같은 거북의 꾸준함으로 주로에서 늘 뵈었으면 합니다
박종학님 으로부터 따스한 맴 응원까지
뜻깊은 3.1절 마라톤 되었네요

채성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채성만
작성일

날씨도 추운데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고
서울마라톤대회에 참가했을때
멋모르고 가볍게 옷을 입고
눈보라 & 세찬 한강의 맞바람에
정말 춥고 힘들어했던 시절이
생각이 나네요~^

항상
변함없이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대회 참가해서 고생은 하셨지만
옛 동지(?)도 만나뵙고 주로에서의
좋은 추억들은 잊을 수 없는 한 대회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에도 유의하시고 주로에서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기에 감사도 드리고요^^

김무언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무언
작성일

이진철 문필님의 필력이 이리도 뛰어 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이른 봄 강바람을 얕잡아 보셔서 혼 났군요. 그래도 귀인이 있어 무사히 완주의 기쁨을 누리셨네요. 기회 있어 귀인과 함께 즐거운 기회를 갖도록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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