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울트라 대회를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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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춘옥 댓글 13건 조회 2,259회 작성일 12-04-12 05:48본문
제주대회 출전권이 주어졌다.
안가면 후회될까봐 앞뒤 생각없이 신청을 하였고 항공권도 늦게
구입하였다. 날짜는 다가왔고 4개월동안 매주 대회나가는 것외엔
연습한 것이 없으매 걱정이 태산이로세.
대책없이 나서는 나를 누가 좀 말려주면 좋겠네...ㅎㅎㅎ
바쁜일정에 오전중에 급히 처리하고는 공항으로 달려갑니다.
제주에 여러번 와보았지만 갈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새로운 곳에
여행온 느낌이라 산뜻하고 좋다.
한라산 등반 2번과 올레길을 와보았는데 이번엔 마라톤으로
다시 올줄 몰랐는데 2년전에 왔던 생각이 새삼스럽다.
숙소에 여정을 풀고 "나의 아름다운 마라톤"이란 책자를 선물로
받아들고 방안에서 누워서 책을 펼쳐본다.
두시간을 쉬고나니 용인에서 오신분이 도착하고 이바구 나누다
저녁을 먹고 뒤늦은 시간에 두사람의 동호회분이 당도한다.
회의장소에서 밥도 먹고 대회 진행사항도 듣고 보니..
아는 분들이 여기 저기 눈에 뛰여 인사를 건네본다..
525리길을 나혼자 어이 갈꺼나?? 걱정도 일면서 동호회분에게
페메를 자청해 본다. 흔쾌히 승낙을 해주신다.
출발라인에서 스타트를 하면서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 본다네.
함께 하기로 한분은 아직도 안보이고 열심히 쫓아 가보니 앞으로
전진하기 바쁘십니다요.
30키로까지 같이 잘 왔는데 옆에 계신분과 먼저 가고 있으라고..
그냥 기다릴 수 없기에 둘이서 살랑살랑 앞으로 달려갑니다.
뒤에는 아직도 보이지를 않기에 계속 전진을 합니다.
함께하는 분은 일산에서 오셨고 가마동 회원으로 제주가 고향
이라시니 걱정은 없을듯 하네요.
길치에다 감각도 없어서리 그냥 따라가기 바쁜지라 믿고 가면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생각의 소유자인것을요..!!!
작년에 125키로 지점에서 포기하였기에 이번에 기필코 완주를
하시겠노라고.. 그리하면 나또한 같이 완주하자 맘을 먹습니다.
130키로 지점에서 힘이 고갈을 느끼고 버거워짐에 따라서 실망스런
말씀을 내비치는데 간이 콩알만 해집니다요.
그리하면 안되는데.. 가는데 까지는 어찌됐든 가야만할 길위에서...
조금이나마 달릴수가 없는지 마냥 빠른 걸음으로 내딛는 두다리
어이 하리까.. 일단 154키로 cp까지는 목표로 전진을 해봅니다.
아!! 어쩌자구 이 험난한 길을 아무런 연습도 없이 무작정 올수
있었는지 스멀스멀 후회란 놈이 고개를 들려고 합니다.
그래도 완주를 해야하니까 ... 다른 생각을 지워버립니다..
그리고 한발 한발 내딛고 또 앞으로 가면 되는 것을요..!!
154km cp까지 가려면 24km는 더 가야만 하는 시점에서 발길은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내딛는 두다리는 걷기에 더디기만 합니다.
24시간안에 도착해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고 어이할런지 달래며
고지를 향한 뚜벅이의 행진을 계속합니다.
CP에 무사히 23시간안에 도착하여 안넘어 가는 밥을 억지로 떠넣으며
옷을 바꿔입고 20분간 휴식을 취해봅니다.
함께한 분은 깊은 수면으로 빠져들고 나는 뒤척이다보니 시간이
흘러버려 그냥 주섬주섬 챙기며 함께 갈길을 재촉합니다.
쉰보람이 있었던지 170km까지는 잘 왔다 싶었는데 다시금 발길이
잡아매고 놓아 주질 않네요.
걸어서 35km를 가려하니 앞이 캄캄하고 아찔해 옵니다요.
마침 옆을 유유히 치고 나가는 선수분이 계시기에 함께 나란히
달려보니 수월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정유소에 들러 음료로 목을 축이고 제주지맹분들이 이것저것
챙기며 먹을것을 내놓습니다.
무엇이라도 먹을수 없는 지경인지라 물만 얻어먹고는 일어서는데
제주지맹분이니 함께가면 좋을것이라며 지인분이 거들어 주십니다.
고민하던 차에 잘되었다 싶어서 옆에서 염치불구하고 나란히 달려
나갑니다. 함께했던 분도 뒤에서 열심히 가고 계십니다.
평지에서는 그냥 걷고 내리막에서만 조금의 속도를 내면서 달려주니
거리가 조금씩은 좁혀지는 느낌이라 안도감이 생긴다.
겁도 없이 200km에 도전장을 내었고 100km 연습한번 안해보구 용감히
제주까지 날아와서 달리는 내자신이 참으로 대단하고 무모함이라니요.
산길을 달리면 그나마 걷거나 뛰어서 수월했지 싶은데 이곳 제주에선
평지로의 해안도로 따라 끝없이 펼쳐진 시야에서 가야만 할 지점이
코앞인데도 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신기루인지라...ㅎㅎㅎ
그래도 완주를 해야만 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지친몸을 이끌고 골고다의
언덕을 넘듯이 내딛고만 있습니다.
누가 돈주고 하라해도 못할 일들을 내육신과 시간과 사랑을 고스란히 엮어서
추억의 책장을 만들듯이 한땀한땀 수놓아 갑니다요.
누가 이리도 힘겨운 코스를 만들어서 생고생을 시키는지
제주지맹분에게 하소연도 해보고 사람잡는 일이라 생떼도 부립니다.
이것도 삶의 한순간이니 즐기면 되는 것을 혼자서 투덜거려 봅니다.
뒤돌아보면 좋았던 순간보다 고통의 극한에서 잘 버텨준 나자신에게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보내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네요..^&^
어찌어찌 오다보니 시내로 접어들며 두개의 언덕을 넘고 평지에서
탑동공원이 보일듯 하건만 이것 또한 쉽게 모습을 숨긴채 숨박꼭질로
돌고 돌아 페메분을 따라 가고 있습니다.
어디메쯤 가면 되는거냐고 묻고 싶지만 그냥 발길을 맞춰보며
나아가는 수밖에요..다 와간다 하건만~~
5키로 남겨놓고 지인분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마지막 힘을 얻고
골라인을 향하여 질주를 해봅니다.
아치가 보이자 환희의 미소가 피여나고 이젠 다왔다는 안도감에 행복한
눈시울이 적셔집니다. 여기있는 모든 분들에게 큰절과 함께 안기고픈
사랑이 큰 물결처럼 일렁거립니다. 32;55;52 무사완주를 하였답니다.
다시는 마라톤으로 제주에 올일은 없을거라 다짐해 보는데
언제 또 그리움에 배낭 짊어메고 뱅기타고 날아오지 않을까
심히 걱정도 되지만 오랜시간 걸리지 않을것 같은 예감을 어이하리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레이스였다면 출전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왜 달리고 있을까? 왜? 왜? 대답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까?
한발 한발 내딛으며 수도승이 수도하듯 나도 수행의 길을 찾지는
않았을까? 욕심, 번뇌, 질투, 증오 등등 .... 모두 내려놓고 싶어서.....
주로에서 많은 사연과 행복을 푸른바다에 알알이 새겨놓고 깊숙히
침전해 놓았으니 언제고 또 꺼내보며 미소를 띠우고 있을 겁니다..!!!
얼굴과 목의 화상, 온몸의 묵직한 통증과 입술의 부르틈을 빛나는
훈장으로 여기며 꼭꼭 묶어서 상자에 넣어둡니다.
제주200km 울트라에서 연민의 정으로 즐거운 데이트는 최고였답니다.
함께한 모든 분들과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 랑 합 니다..^&^
여러곳에서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로 응원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2012. 4. 7~8 200km 제주해안도로 일주를 하고서
방랑자 구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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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님의 댓글
ex 작성일ex님의 댓글
ex 작성일김정석님의 댓글
김정석 작성일
구춘옥님 제주 200km울트라 아름답고 귀한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언능 회복하시어 대회때 뵈면 추억담좀 들려주세요.
이찬수님의 댓글
이찬수 작성일
구춘옥 회원님 수고하셨습니다.
지친몸 빠른시일내에 회복하시길 바람니다.
함께하신 울회원님들 응원을하기위해 제주까지가신
회원님 정말 수고,고생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울 100회 회원님들,,,
황태식님의 댓글
황태식 작성일
춘옥시인님...!! 감사히 잘 읽었어유...
제 자신 3번이나 도전을 했기에 고스란히
추억을 되새김하게 되네유...근디 춘옥시인님
닠이 방랑자시구만유? 문득 젊은 시절 들었던
가요가 생각나유...방랑자여 방랑자여 기타를
울려라 오늘은 비록 눈물어린 혼자의 길이지만~~...
별 연습없이도 거뜬히 오백리 넘는 길을 완주해
내시는 탄탄한 내공과, 세상을 관조하시는 듯
한입에 꿀꺽삼켜 어떤 상황도 헤쳐내는 강단...
군데군데 글솜씨에 묻어나는 보석같은 해학...
모두 넘 부럽고 샘이 나네유...푸욱 잘 쉬시고
담에 뵈유...멋쨍이 방랑시인 춘옥님 화잇팅...!!
이재복님의 댓글
이재복 작성일
제주 200k 울트라 울랄라32시간55분52초여정
완주를 축하 드립니다
감칠맛 나는 기담을 통해서
제주에서 지난 흔적이 살아 나네요
멋진 여행 이었습니다
피로 잘 푸시고 머 잖은 100회완주 행진도
아름다운 기담을 남길수 있기를 바랍니다
완주를 祝賀 드립니다.
이윤희님의 댓글
이윤희 작성일
구춘옥님..수고많으셨습니다.
달리면서 언뜻언뜻 보니 컨디션도 좋아보이고...여유있어 보이시던데...
성산일출봉 154cp에서 만났을 때..아직도 힘이 남아있으시기에 참 부러웠습니다.^^
완주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시기 바랍니다.
김광섭님의 댓글
김광섭 작성일
100회클럽에 철녀가 또탄생이 되는 순간입니다
빠른회복에서 언릉 100회 가셔아지요
200완주 축하 합니다.
전용구님의 댓글
전용구 작성일
구춘옥님 너무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긴 마라톤 달리기 여행 길 따라가면서 저도200km 달리는 기분입니다.
멋있는 성공에 축하 드립니다.
몸 잘 회복하시고, 행복하세요.
구춘옥 화이팅!!!
박세현님의 댓글
박세현 작성일
마라톤의 5배나되는 길을 잠도 안자고 달려
초특급 울트라 위너가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불초소생은 감히 꿈도 꾸지못나는 데..
'방랑시인"님은 가벼얍게 축지법을 쓰셨죠?
회복 잘 하시고요..
다음 목표도 도전해서 성공하시리라 믿어봅니다...
김동욱님의 댓글
김동욱 작성일
아이고 우리 갑장 고생 많았수~!
얼른 회복하고 조만간 주로에서 함 봅시다!
힘!!!
정진원님의 댓글
정진원 작성일
구춘옥님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해내셨습니다.
하루 속히 건강한 모습으로 주로에서
만나 뵙기를 기원합니다.
김동호님의 댓글
김동호 작성일
제주200Km 무사 완주를 축하합니다.
100회 입성을 앞두고, 308Km 횡단도 완주한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삼아 즐달하였겠지요.
내친김에 태종대에서 임진각까지 537Km. 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