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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수기(철원DMZ마라톤) 당선작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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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세현 댓글 9건 조회 2,602회 작성일 12-09-24 03:40

본문

(참가수기) 철원평야로의 ‘마라톤 소풍’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이 쏘아놓은 화살처럼 쏜살같이 지나가버려, 살다 보면 나중에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때문에 ‘바람직한 인생’이란 즐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9월 9일은 철원평야로 ‘마라톤 소풍’을 가는 날이다. 어릴 때 소풍간다고 하면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친구들과 즐거워하던 기억이 난다. 철원 지역은 1950년 6.25전쟁의 상흔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1987년 봄에 용맹스러운 백골부대 보병 소대장 실습을 한 곳이다. 육군3사관학교 동기생(예사8기)들과 2개월 동안 DMZ 철책선 경계근무와 대기근무(페바)를 한 곳이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곳이다.

건강회복을 위하여 시작한 마라톤 구력이 어느덧 10년이 지나자, 나름의 도(道)가 텄다. 초창기에는 가급적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에 주로 참가하였었지만, 이제는 지방에서 주최하는 대회를 선호한다.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전용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구경하며 대회장으로 가는 길은 곧 있을 나 자신과의 치열한 전투에 앞서 행복감에 잠시 젖어든다.
그렇게 경치좋은 곳에서 땀 흘리며 완주한 후 시원한 물에 샤워하고 동호인(100회 마라톤 클럽회원)들과 식사하고 귀가하면 한주일 동안의 모든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

이번 철원DMZ 국제평화 마라톤은 개인 통산 163회 풀코스 참가(완주)다. 철원대회의 경우는 횟수로 4번째 참가한다. 이번 대회를 위하여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다. 아침 조깅 이외에 부상이 없는 한, 평소 2~3주마다 풀코스 대회를 완주하고 있어 무리하지 않으면 즐겁게 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주 오대산 100회 마라톤 대회 완주기록이 3시간 57분이므로 작년 철원마라톤 완주기록(3시간 53분)을 10분 정도 단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안하고 즐겁게 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록에 대해 너무 의식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그날의 컨디션과 몸 상태를 고려하여 대략적으로 희망 기록을 염두에 두고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일정한 기간 동안의 대회 참가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기록을 단축하며 완주하는 것도 재미를 더해준다. 이렇게 하다보면 통산 개인기록 갱신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10년동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스피드 훈련이니 인터벌이니 하면서 몸을 혹사해가며 훈련한 적은 없다. 현재 나의 최고기록은 2008년 4월에 수립한 3시간 12분이다. 대략 4년마다 개인기록을 갱신하고 있었기에 올해에 그 기록을 갱신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마라톤을 철저히 하고있는 분들은 대회 참가를 자제하면서 나름의 훈련 스케쥴에 따라 다양한 훈련을 하고 있지만, 우리 클럽(100회마라톤클럽) 회원들같이 펀런을 목표로 하고있는 달림이들은 대회 참가가 훈련이고 훈련이 대회 참가인 것이다. 마치 ‘실전은 연습처럼, 연습은 실전처럼’ 훈련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하면 부상도 방지되고 그다지 힘들지않게 마라톤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다시말해 ‘마라톤 소풍’을 하는 것이다. 마라톤을 전혀 모르는 분들은 마라톤을 완주한다고 얘기하면 갑자기 눈이 커지며 “그래요~”라고 놀라기도 하고 마라톤이 어떻게 소풍이 될 수 있냐고 의아해하겠지만 마라톤 참가가 일상이 되어버린 매니아들은 이해가 가는 말일 것이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다. 그 당시에는 철원마라톤도 서브4 완주가 쉽지않을 것으로 예상하였었지만 두 개의 태풍이 지나가고 비가 온 다음이라 날씨 걱정을 덜 수 있어 좋았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날씨가 마라톤 완주에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내 경우는 대략 10분 정도의 기록을 좌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는 참가자가 작년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청량리와 여의도 등 웬만한 지역에서 출발하는 전용버스가 지역당 2~3대가 배치되었다. 마라톤 대회 안내책자도 두껍고 내용이 알차 읽을 꺼리가 많았다. 대회 참가자 명단을 헤아려 보니 남,녀 각각 쟁쟁한 달림이들의 이름이 눈에 많이 띤다. 우리 마라톤클럽(100회)에서 24명의 남,녀 선수들이 풀코스를 참가한다. 이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참가자는 서브 쓰리 100회에 도전하는 함찬일님과 100회 완주에 도전하는 황익현님이다. 두 선수 모두 마라톤을 사랑하는 매니아들로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여 뜻깊은 대회가 되기를 바랬다.

아침 7시 20분쯤 대회장소인 철원 고석정에 도착해보니 많은 달림이들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클럽회원님들을 비롯해 안면있는 분들과 악수하고 인사 나누며 마라톤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사실 오늘 몸 컨디션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어제 아내 사촌동생 결혼식장에 갔다가 점심부페를 과식한 게 탈이 나서 화장실을 몇 번 다녀왔더니 힘이 빠져있었다. 오늘 달릴 때 사용할 에너지를 축적하려고 다양한 음식(차고 더운 것을 가리지 않고), 아이스크림, 콜라, 커피 등을 걸신들린 것처럼 먹었더니 과욕을 부린 결과가 되었다. 사회를 보는 씩씩한 목소리의 배동성님의 멘트를 듣고 미스코리아(3명)들의 ‘오빤 강남스타일’이란 노래의 춤을 감상하니 다소나마 기분이 전환되는 느낌이 들었다.

신호에 따라 수백명의 달림이들과 같이 출발하였다. 풀코스 그룹의 뒤편에서 4시간 20분 페메들과 출발하다보니 초반 2~3km까지는 요리조리 헤쳐나가느라 신경이 쓰였다. 오버페이스에 걸리지 않으려 초반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다른 참가자들이 오히려 잘 뛰는 것 같았다. 철원대회는 국제대회라 외국인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고 인근 군부대 젊은 장병들도 많이 참가해 뛰고 있어 보기에 좋았다. 넓게 퍼진 엉덩이를 가진 어떤 외국 여성은 배낭메고 뛰는 데 거의 3km동안 좀처럼 내가 그녀를 앞서지 못하고 뒤따라 뛰고 있어 내심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고 아름다운 시골풍경을 구경하며 형형색색 유니폼의 달림이들과 함께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맘씨좋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린 학생들이 힘내라고 박수치며 응원해주는 모습에 고맙다는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 이상으로 일일이 대응하지는 못했다. 오로지 내 몸(팔, 다리, 허리 등)이 보내는 신호(이상 여부 및 피로도 여부)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마라톤용 시계에 랩타임을 체크해보니 1km가 5분 40초, 5km가 26분49초가 나왔다. 당초 기대한 목표시간(3시간 40분 전후)을 고려하면 적당한 페이스였다. 이런 페이스로 가다보면 달리는 거리가 늘어갈수록 몸이 풀려 속도가 나아진다. 그래서 나는 후반부 기록이 전반부보다 좋은 경우가 많다. 철원마라톤 코스는 순환코스로 한 번 간격이 벌어지면 웬만해선 다시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나와 기록이 비슷한 달림이들이 어디쯤 가고 있는 지 알기 어려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고 페이스 조절에 애로를 느낄 수도 있다. 10km쯤 달리다 보니 황금들판이 나온다. 광대한 철원 평야에 논의 벼가 녹색의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어 눈의피로를 씻어준다. 10km까지의 직전 5km구간 랩타임은 26분 14초로 초반 5km와 비슷하다. 이때부터 앞에 가던 달림이들의 추월을 시작한다. 나에게 추월당한 어떤 장병은 나의 유니폼 등 뒤에 새겨진 ‘100회 마라톤 클럽’이라는 글자를 보고, “와~ 100회다!”라고 놀라움과 감탄을 한다. 괜히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13km쯤인가(?) 옛날 노동당사가 나오고 이윽고 DMZ구간으로 접어들자 도로 옆 좌우에 ‘지뢰지대’라는 표지판이 보이기도 한다. 나는 대회 참가시 꼭 손수건을 준비해간다. 흐르는 땀을 닦기도 하고 물을 묻혀 더위를 식히기 위함이다. 더위에 뛰다보면 호흡이 가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귀에서 열이 나기도 하는 데 물 적신 손수건으로 닦아주면 열을 내려준다. 15km까지의 직전 5km구간 랩타임은 26분 38초로 이전 5km 구간기록과 큰 차이가 없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뛰어왔는 데 속도가 빨라지지 않고 있었다. 대략 15km 이전까지는 거의 경사가 없는 평지이나, 이후 20km까지는 언덕이라고 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경사가 조금 있는 부분이 나타났다. 힘을 내어 스피드를 냈다. 이후부터 의도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km이후부터 대략 40km까지 5km구간마다의 기록이 25분대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39km쯤 가서는 드디어 3시간40분 페메들을 추월하였다. 오늘의 기록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보통 대회에서 완주하다 지칠 때는 주최측에서 주로에 제공하는 바나나와 쵸코파이를 뛰다가 한 두개 집어먹는 데, 오늘은 힘이 들 때마다 25km와 35km지점에서 허리에 차고있는 쌕(조그만 주머니)에서 파워젤(영양보충제)을 각각 하나씩 꺼내 먹었다. 그래서 스피드가 줄지 않은 것 같다. 골인할 때까지 나를 추월해간 달림이들은 내 기억으로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행 주자를 추월해갈 때에는 기분이 좋아지고 마라톤하는 맛을 느낀다. 이렇게 해서 3시간 36분 동안의 105리의 달리기 여행을 힘차게 마감한다. 이후에는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고, 철원 출신인 황익현 회원님의 100회 완주 축하행사에 참석해 가족분들이 정성껏 준비해온 맛있는 음식과 떡, 산나물, 술, 음료, 과일 등을 먹고 마시며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특이한 것은 말벌로 담근 ‘말벌주’라는 술이었다. 이 자리에는 100회 회원이신 현태섭 철원체육회장님도 참가했다. 진수성찬을 먹고나니 세상만사가 평화로웠다. 나중에 주최측 홈페이지의 기록실을 확인해보니 나의 완주기록은 663명의 완주자 중 223등의 성적이었다. 잘 뛴 것은 아니었지만 즐겁게 뛰었고 유익하였던 철원평야로의 ‘마라톤 소풍’이었다.

철원마라톤 대회가 달림이들의 기억에 오래남을 만큼 성대하고 화려한 축제로 지원해주시는 ㈜그래미 남종현회장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대회 개최에 노고가 많으신 관계자 여러분들과 주로에서 박수치며 열렬하게 응원해주신 주민여러분들과 자원봉사해준 학생들, 국군장병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2년 9월 15일
100회 마라톤클럽 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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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황태식님의 댓글

황태식 작성일

에고 또박또박 멋지게 쓰셨네요...
잘 읽고 한때의 추억 공감했습니다. 감사~

박청우님의 댓글

박청우 작성일

수기가 많이 당선되시는데
이참에 책 한번 내시죠.
달리랴, 수기 쓰랴 수고 많았습니다.

이재복님의 댓글

이재복 작성일

4년주기 올 가을에 12분벽을 넘어
세현 아우님 최고기록 갱신 기원합니다
철원은 늘 기다려지는 대회이고 풍성한 뒷談이 있는 곳이죠
수기 잘 읽고 갑니다
내년에도 멋진 철원레이스 펼치시길.

전용구님의 댓글

전용구 작성일

박세현님의 당선작을 축하드립니다.
초 가을 철원 평야의 소풍 기분으로 옛 근무지를 달리는 기분은
멋있어 보입니다. 구간 마다 계획된 등속도로 마무리도 멋있게 하셔네요.
주말 멋있는 시간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세요!!
화이팅 박세현!!!

김무언님의 댓글

김무언 작성일

또 한 분의 작가를 발견 하네요. 물 흐르듯 한 소토리 전개가 단숨에 수기를 읽게하니 수기 당선은 당연한 듯 합니다. 주로에서 힘들지 않은 듯 달리시는 님의 주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거듭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박세현님의 댓글

박세현 작성일

훌륭하신 선배 형님들 앞에 잠시 재롱떤 거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예상치 못한 과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재삼재사 감사 또 감사드리구요..
"100회 가족" 여러분들의 건승과 즐런을 기원드립니다!!!

정미영님의 댓글

정미영 작성일

박세현님의  참가수기  당선을 축하합니다~
주로에서  느끼는  감정을  섬세히  표현해주니,

마치  우리자신처럼 느껴집니다.
모든지방대회참가가  소풍처럼  만끽하도록  열망합니다.

다시한번  왕축하해요~~
일취월장하는  박세현님을  위하여~  힘!!

박상대님의 댓글

박상대 작성일

축하드립니다.
전업 글 쓰는분으로 나가셔도 문제가 없을것 같습니다.
하여턴 거듭 축하합니다.

황병걸님의 댓글

황병걸 작성일

세현형님의 마라톤 수기글 잘읽었읍니다.
처음으로 오대산마라톤에서 나를 추월하셨는데
훈련량이 좀더 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무튼 춘천에서의 좋은기록 기대해봅니다.
수기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름
완주
최고기록
92
02:48:54
86
02:43:33
83
03:28:01
77
03:51:41
76
02:53:57
76
04:01:53
71
02:59:34
65
04:02:57
61
03:20:06
60
03:28:16
이름
완주
최고기록
793
03:25:16
194
02: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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