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융푸라우!!!(완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홍현분 댓글 0건 조회 2,460회 작성일 09-09-20 12:07본문
어제는 14년에 걸친 터널 작업으로 사형수들의 인력으로 완성했다는 톱니바퀴 기차를 타고 올라가며 그림엽서나 달력에서만 볼수 있었던 너무도 예쁜 알프스의 풍경과 만년설이 녹아 내리는 길고긴 천연폭포, 빙하를 뚫어 만든 얼음궁전을 구경했는데 오늘은 내 두발로 뛰어서 올리가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미리 준비해둔 경기복을 입고 호텔 로비로 내려가 일행들과 인터라켄에 딱하나 있는 강촌이란 한식당에서 찹쌀밥으로 아침을 먹은후에 기다리다가 짐을 맡기고 마라톤 대회장마다 줄서있는 화장실 앞에서 길게 줄서서 있다가 답답해서 화장실 찾아 삼만리....
한 1k를 넘게 화장실 찾아 헤메다가 웬 호텔에 가서 해결을 하고 출발시간 늦을까봐 스타트 라인을 향해 썹쓰리 속도로 헥헥..뛰어오니 1분도 안되어 바로 출발하는데 인터라켄시 전체가 룰루랄라~축제 분위기다
온동네 떠나갈듯 들썩들썩 우리 나라에서는 별 느낄수없는 환호와 박수 갈채를 받으니 발걸음도 가볍게 거저 가는듯하고 이국적인 환경과 전통 악기의 연주에 일일히 손을 들어 감사표시를 하고 누군가 사진을 찍으려하면 속도를 낮춰서 포즈도 취해 주며 어린이나 노인들이 부라보를 외치면 손바닥을 마주쳐 인사를 하면서 은근한 오르막을 뛰고 또 뛴다
주로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라 더 걱정되고 긴장이 되었던 융푸라우 산악 마라톤. 가이드의 조언이 25k부터는 뛰고 싶어도 뛸수없는 깔딱 고개이고 주로도 좁아서 한줄로 서서 걸어야 하니까 힘들더라도 25k까지는 걷지 말라고 알려준대로
가능한 속도를 내고 싶을때도 후반 고산을 오를때를 염두하여 천천히 주변 경치와 분위기를 가슴에 담으려고 두리번 두리번 구경을 하며 가는데 이상하게 박하사탕을 먹은것처럼 목이 상쾌하고 유쾌,통쾌해서 내몸은 뛰고 있지만 마음에 날개를 단듯이 가뿐하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목이 상쾌한거쥐~그다지 천천히가는 페이스도 아닌데 별로 숨도 안차고 힘들지가 않네 이유가 뭘까? 이색적인 축제 분위기에 정신이 팔려서 힘든걸 모르는걸까? 경사가 심한 언덕을 만나면 속도를 반으로 팍~줄여서
25k까지는 걷지 말자 다짐을 하며 시냇물 나무 다리를 건너고 푸른 초원의 내리막을 힘차게 달리기도 하고 사람이 크니까 나무들도 더 큰건쥐 쭉쭉 뻗은 나무에게 너는 키도크고 늘씬해서 좋겠다. 대답없는 말도 건네 본다ㅎ
알프스 봉우리의 만년설이 녹아내려 까까지른 절벽으로 떨어지는 몇백미터는 될듯한 하얀 폭포의 장관에 뛰는것도 잊고 서서 하염없이 쳐다보고만 싶은 마음을 뒤로하며 아쉽게 달릴때는 결혼초에 친정에 갔다가 마당 끝에서 망부석처럼 배웅하시는 홀 아버지를 들어가시라 손짓하며 목 아프게 뒤돌아봤던 때가 뜬금없이 생각나서 알프스의 바람이 더욱 가슴시리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 숨이 안차고 목이 유난히 상쾌한건지 까닭도 모르는채 발걸음도 가볍게 10k를 가서 시간을 보니 53분에 통과를 하고 있다. 나 이러다가 후반에 퍼지는거 아냐? 그래도 힘이 안드니까 무리하는건 아니겠지?
내 자신의 컨디션을 살피면서 마을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데 여기는 화이팅은 안하고 선수들한테 첨부터 밥,밥,밥.....부라보만 외친다.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밥먹고 가라는 소리도 아닐테고 저게 몬 뜻이래?ㅎ
알프스의 푸른언덕 초원에서 방목하는 소떼들 목에 달렸던 워낭을 다 떼어서 흔드는건지 원...학교종 보다도 더 큰 워낭종을 악기로 어깨에 메고 딸랑딸랑 흔들며 밥.밥.밥.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홉,홉,홉(hope)라고 하는것 같아서 완주후에 스위스에서30년을 살았다는 현지 가이드한테 뭔소리였고 몬뜻이냐고 물어본다는게 못 물어봤다ㅉ 담에 그 말뜻을 물어볼겸 다시한번 가야쥐!!ㅎ(핑계 좋다^^)
암튼 그렇게 가다가 언덕에서는 걷고 일찌기 우리나라 주로에서는 보도,듣도 못한 빡센 깔딱 고개를 걸을때는 한국에 돌아가면 알프스의 언덕을 올라 보지 않은자 언덕에 대해서 논하지 마쉬라고 기필코 말해 줘야겠다는 생각도 하다가 더 힘들때는 아예 아무 생각없이 오르고 또 오르면 언젠가는 끝이 있겠지. 그래 가는거야!!!
화장실 찾아서 헤메다가 우리나라 18명의 일행들을 놓치고 첨부터 혼자서 뛰었는데 17k쯤 가니까 처음에 썹쓰리 선수처럼 내달리던 김동호교수 선배가 힘들게 가는걸 만나서 물어보니 발목 부상이란다. 어쩌면 좋아 반도 못 왔는데....미안하고 안타깝지만 추월을 해서 또 산을 오르고 초원을 지나고, 강물위의 예쁜 다리를 건너서 하프 통과(2:01) 어쭈!! 이렇게 잘만 가면 sub-5? 하겠는걸........그렇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ㅋ...마라톤이 어디 생각대로 되던가!!!
25k를 지나서 26k를 가니까 걷기도 힘든 깔딱 고개가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다. 주로는 한명씩만 갈수있는 외줄 오솔길이고..그래도 좋다 주변 경치를 휘휘~구경하며 쉬엄쉬엄...인생 뭐 있어!! 뛰다가 힘들면 걷기도 하는 마라톤이G^^
빨리 가고 싶어도 비켜설 길도 없는데, 빠른 선수들도 덩달아 쉬어들 가시구려ㅎ 혼잣말로 웃음 짓는다
그러다가 경사도가 쬠 완만하면 뛰기를 시도하다가 힘들면 다시 걷기를 반복한다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인듯한 스커트를 입은 노인분이 뛰는 우리를 위해 이상한 나팔로 아름다운 연주를 해주고 혹은 긴 작대기만한 나팔 연주가들이 가로로
줄서서 음악을 들려주고 병풍처럼 둘러선 알프스 고봉의 하얀눈은 힘든 나를 안아주는듯 한 이보다 더 아름다울수 없는 꿈결같은 이곳을 건강한 다리로 달리며 벅차오는 가슴으로 느끼고 눈으로 바라볼수 있다는건 진정 축복이고, 감사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곳 Interlaken은 알프스와 호수와 꽃의 도시로 예술가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집들도 그림같은 목조 건물인데 창문 발코니마다 예쁜 꽃들로 꾸며져 있다. 마을에 우리나라 시골처럼 노인들이 많은데 이곳 노인들은 꽃을 먹고 사는지 텃밭이나 뜰에도 온통 꽃들 뿐이다. 우리나라는 고추나 상추 가지, 호박 넝쿨이 뒤엉켜 있을텐데 이 나라 사람들은 먹을만한 채소를 심은곳은 찾을수가 없다
나라에 돈이 많아서 국민을 700년을 먹이고도 남는다더니 꽃만 가꾸고 있어도 살수있게 연금을 내 주는지 알수는 없지만 하여튼 보기에는 너무 예뻐서 동화속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 나올것 같고 빨간머리 앤도 장난스레 깔깔대는 소리가 초원의 바람결에 들릴것만 같은 환상에 빠져서 혼자 뛰어도 지루하거나 외롭지가 않다
그래도 그렇지...도대체 언제 이 빡센 고개는 끝이 날건데?....철퍼덕 주저앉아 쉬다가 저 소한테 달려가 우유나 짜 먹을까보다ㅋ 그럼 난 젖소부인?ㅎㅎ끝없는 고개에도 17회째 국제 대회에 걸맞게 1k마다 주로 표시를 해놓긴 했지만 깔딱 고개에 숨이 꼴까닥 넘어갈것 같아 맨 꼭대기를 보니 사람들이 모여 있고 깃발도 보인다. 아!! 드디어 저기가 휘니시인가보다
손을 뻗으면 닿을것 같지만 그것도 기대뿐...42k를 맞추느라 그런지 지그재그인 주로는 생각처럼 나를 정상에 쉽게 올려놓지를 않는다. 가파른 언덕에 기진맥진 힘들지만 그래도 가야지...시작을 하고 멈추지 않으면 반드시 끝도 있게 마련인걸...그래 가는거야. 가까스로 보이던 꼭대기가 끝인줄 알고 올라갔는데 어라?....더 가야 하네. 그래도 다행히 이제는 내리막 뿐이라서...알프스 바람이여 밀어다오!! 마지막 힘을 다할수 있게...하는 마음으로 인정사정 볼것없이 썹쓰리? 속도로 달려서 FINISH는 숨을 고르며 여유있는척ㅎ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골인에 성공(5:34:15)
3명의 재미 교포와 15명의 같이간 일행중 내가 5등으로 완주했고 우리나라팀중 sub-5한 선수는 없다. 남궁만영은 와이프를 기다려 동반주 하느라 완주가 늦었고 제한시간은 6시간30분이었다
내가 왜 숨이 안찼는지 10k 오르막을 뛰면서도 박하사탕을 먹은듯이 목이 상쾌했던 이유는 티없이 맑고맑은 알프스의 청정공기 때문이란걸 깨닫고 달릴때의 공기가 매우 중요하다는걸 새로이 몸으로 실감, 절감했다. 지금도 그립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알프스의 융푸라우 마라톤 코스를 가슴 먹먹하게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마라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메니아들에게 자신있게 소리쳐 권하고 싶다.죽기전에 알프스 융푸라우를 가서 뛰어 보시라고 ㅎㅎ..................................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함니다~~~건강 하세요!!!
댓글목록
김정석님의 댓글
김정석 작성일
아~정말이지 가고싶은 곳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김무언님의 댓글
김무언 작성일뛰기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글 솜씨도 sub 3 급, 가끔은 가슴을 찡하게도 만들고 가끔은 미소를 짓게하는 글 솜씨에 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즐거운 마라톤 여행, 다시 한 번 더 축하드립니다. 김무언.
윤태수님의 댓글
윤태수 작성일
현분씨 글솜씨 대단해요.잘 ~알 읽었구요.
강변 한식당이 아니고 강촌식당인데.
식당 주인은 좀 맘에 안들더라.
김동호님의 댓글
김동호 작성일
홍여사님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횡단 준비는 안하고 글 쓰셨구만......
그런데, 재미있었던 얘기는 쏙 빠졌네요.
할말이 없으신가요? .... ㅎㅎ
신정묵님의 댓글
신정묵 작성일
현분씨
꿈의 융프라우 마라톤 완주기 잘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만치나 완주기도 재미있어 한달음에 다 읽고
이제부터라도 준비하여 기력이 소진하기전에 ㅋㅋ
완주를 추카 함니다..
권명순님의 댓글
권명순 작성일
감정이 풍부하고 사랑이 많으신 여성이사님!!
완주기 넘 잘 읽었습니다.
행복하세요!
정순례님의 댓글
정순례 작성일
완주기 실감나게 쨈있게 잘~읽었습니다...
옛날부터 내가 꿈에그리며 제일 가고싶은곳이었는데....
박청우님의 댓글
박청우 작성일
아직도 꿈이련가 합니다.
계속 입금하시면 남극마라톤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꿈을 가지고 사시는 당신! 아름답습니다.
(참고로 오지마라톤 입급계좌를 알고자 하는 회원님은 박청우에게
연락해주세요. 010-2739-4000)
이광택님의 댓글
이광택 작성일
알프스 전경이 눈에 선~ 하게 보이는 듯...
어릴적에 읽었던...
알프스소녀 하이디와 할아버지도 생각나고...
마치 내가 달린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