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진안버스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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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명덕 댓글 6건 조회 2,309회 작성일 08-02-25 05:52본문
목욕비를 별도로 내려고 했지만 괜히 성의를 무시하는것 같아
............
방금 100회 홈페이지에 들어오니 진안대회 수상기록란에
정미영 총장님이 50대연대별 3위라는데에 깜짝 놀랐습니다.
50대?
10살 정도는 시간차 둔갑한 느낌이.
살면서 나이를 의식해 본적은 없지만 나와같은 나이의 사람들 이야기를 신문에서 보면 그들에 비추어 나 자신의 나이에 놀라곤 합니다.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1.
차에 별로 관심이 없고 운전에는 별도 취미를 느끼지 못해 일주일에 서너번은 전철을 타고 출근 한다.
내가 타고 다니는 소형차는 14살이 되었지만 이제 100,000km를 겨우 넘겼다.
남한테는 휘발유값이 비싸 안타고 다닌다고 하지만 사실은 운전부적성을 핑계삼아 술자리를 가지는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며칠전 어느때와같이 집에서 10분 거리인 지하철역에서 전철을 타려고 개표구앞에 섰는데
주머니를 뒤져보니 아차 전 날 내 연구실 책상위에 지갑을 그냥 두고 나왔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그 흔한 천원짜리 하나 보이지 않으니 난감했다.
매표구에 가서 아저씨에게 경로용 표하나 달라고 해볼까 생각하다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수없이 마누라한테 전화해서 돈 몇푼만 좀 가져달라고 해서 겨우 출근을 했지만
요사이는 자주 자주 무언가를 까먹고 다닌다.
내 주머니에는 메모용 수첩이 있어 모든 것을 메모하고 확인하곤 하지만 그래도 자주 깜빡 깜빡한다.
앞으로 이런 유사한 일을 대비하여 수첩 사이에 만원짜리 하나 끼워 넣는다.
그런데 나중에는 이 사실조차 까먹을 지도
......
어제는 이 누추한 차로 우리집 근처에 사시는 이경두님과 김정화님을 모셔 드렸습니다.
2.
할아버지 살아 계실때 나이든 노인분들이 찾아오시곤 했다.
난 나이가 어리고 막내라는 특권을 이용해 할아버지와 겸상을 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노인분들의 식사하시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때 노인분들은 식사를 하시면서 음식물을 자주 흘려 수염이나 윗 옷에 음식물이 묻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어린 내 생각에 어른이 어떻게 음식을 흘리고 식사를 하시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요사이 내가 그렇다.
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 조심을 하지만 꼭 집에 오면 음식의 흔적이 넥타이나 와이셔츠에 묻어있어 마누라의 핀찬을 듣곤 한다.
3.
대학시절 통기타, 청바지, 생맥주로 대변되는 청년문화라는것이 한창일때였다.
그때 내가 테레비에서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아버님은 정신 사납다고 테레비를 끄라고 하셨다.
요사이는 내가 그렇다.
우리 아이들이 얄궂은 놈들 온몸 비비꼬고 무슨 염불하듯이 하는꼴을 테레비에서 보고 있으면 정신 나간다고 다른것 틀라고 한다.
나에겐 가요무대가 제 격이다.
개그콘서트까지는 그래도 보겠는데 웃찾사는 진행이 빨라 이해를 못한다.
당췌 무씬 소린지
4.
어르신들은 음식을 남기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옛날에는 30리 산길을 걸어 다녔다고 하셨다.
속으로 버스가 저렇게 편한데 누가 걸어다니겠느냐고 생각했다.
요사이는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빠가 시골서 국민학교 다닐때 새 옷 살돈없어 소풍못간 학생이 있었고
쌀이 없어 도시락 못사오는 학생이 있었는데 지금같이 풍족한 세상에 무엇이 불만이냐고
아마 아이들은 속으로 생각할것이다.
우리 아빠는 지금같은 정보화시대에 옛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를 지겹게 하신다고
5.
가끔씩은 옛날에 먹었던 그 음식이 그리울때가 있다.
비록 가난에 찌들은 거친 음식이었지만
그런 음식을 다시 먹게 된다면 그때 그 맛을 느낄수 있는 순수함이 남아있을까?
화학조미료에 길들고 자극적인 양념에 세뇌 되지 않았을까?
모자라고 없는 시절이었지만 온 식구 빙 둘러앉아 먹던 풋풋함을 다시 되돌릴수는 없는지
돌아가신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솜씨를 다시 맛보고 싶다.
그리고 이맘때쯤 뒷산에 수줍은듯이 피던 할미꽃이 보고싶다.
6.
화장실에서 나올때 몇 번을 주의깊게 확인하지만 쟈크를 올리지않고 그냥 나오는 경우가 종종있다.
전번 학기 강의시간에도 이런 경우를 당했다.
마침 슬라이드 강의라 강의실이 어두워 쉽게 수습이 되었지만...
대학시절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연노하신 교수님의 열린 바지 쟈크 사이로 하얀 파자마가 보여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지금 그 자리에 서있다.
7.
국민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인 김양자 선생님을 보고싶다.
스무살을 갓넘은 분이었는데
그때까지 내가 본 여자는 전부 옷에서 설거지 냄새가 나고
얼굴에 화장기가 없는 거대한 라이거였으나 선생님에게는 분냄새가 났고 입에는 구찌베니가 빨갛게 칠해져 있었다.
말씀도 너무나 다정다감 하셨고 칠판에 쓰는 글씨는 예술이었고
풍금소리는 정신을 녹였으며
사뿐사뿐 춤추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았다.
지금은 육십대 후반이리라
만나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난 내 머리에 각인된 20대의 풋풋한 선생님으로 오래토록 간직하고 싶다.
8.
이번 3월 2일 서울마라톤에서 제가 100회를 달성합니다.
독립군이지만 8년을 이 바닥에서 어슬렁 거리다 보니
이제는 눈에 익은분도 꽤 많습니다.
특히 100회분들은 저와는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주로에서 뵈면 친근감을 느껴 항상 제가 먼저 손을 들어 인사를 나눕니다.
항상 가깝게 대해 주시고 저에게 주신 배려 고맙게 생각하오며 앞으로도 주로에서 좋은 인연 계속하기를 바랍니다.
꼴찌 마라토너 박명덕드림
댓글목록
김정석님의 댓글
김정석 작성일
박명덕 선생님은 꼴찌 마라토너가 아니시고 진정한 승리자 마라토너이십니다.
제 차는 15살 약13만5천km주행
저는 서울마라톤이 30회 입니다.
3월2일에 100회 건주하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3월1일 울산은 안오시나요?
힘!
박상대님의 댓글
박상대 작성일
박교수님의 흙냄새 물신풍기는 글 잘읽었읍니다.
항상 묵직하신 모습으로 열심히 뛰시는 박교수님을 주로에서 뵙곤하면서....
언젠가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개인적인 만남이 있었었지요? 막걸리를 겯들인 만남이였지만....
요즘 부쩍 열심히 뛰시더만 더디어 100회를 달성하셨네요!
전 참가하진 않지만 100회 달성의 자리에 참석토록 노력 할께요.축하드립니다.
박세현님의 댓글
박세현 작성일
어찌하다보면 숨은 진주를 모레에서 찾지못할 때가 많이있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감사의 글로 간주하고 그냥 지나쳤는 데..
상대형님의 댓글에..
궁금증이 유발되어 찬찬히 읽었습니다.
구수한 추억을 살려내기에 적당한 이야기들이..
수~ㄹ술,,풀어져 나옴에 군침이 도네요.
전, 도시의 사냥꾼처럼
풍성한 인간미를 가진 분을 찾고있었나..봅니다.
보이지않는 울타리에 공존하고픈 생각과 함께
3월 2일 대회에서 꼭 뵙고싶다는 느낌입니다.
반갑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00회 신화창조 박세현 올림.
정미영님의 댓글
정미영 작성일
박명덕교수님의 100회완주를 이기회에
미리 큰축하드립니다.
100회완주 명품클럽 홈피에서 축하인사 받는것은
박명덕교수님의 끊임없이 마라톤사랑으로 달리신
결과의 가장 멋진 선물일것입니다. ㅎㅎ...
비록 느릿 뛰시지만 최선을 다한 레이스에 늘
존경의 박수 보냅니다.
***울클럽식구들은 다모르겠지요!!
지방대회때 차편을 통해서... 그래도 너무 겸손하셔서
잘 티가 나지 않는 분입니다.
현재 동양전문대 공학과 교수입니다.***
다시한번 영광스런 100회완주를 축하드립니다!!!
박명덕님! 힘!
오석환님의 댓글
오석환 작성일
안녕하세요?
뵙지는 못했지만, 홍기택교수아시죠?
고딩동창인데 저랑 아주 친한 넘이죠~
서울마라톤때 뵙겠습니다.
이윤희님의 댓글
이윤희 작성일
박명덕 교수님.
진안버스에서 반가웠습니다.
명함을 건네고 얼굴을 자세히 보니 그동안 주로에서 꽤 여러 본 분이셨습니다.
제가 진행한 대회에서도 나온신 듯도 하고요.
항상 넉넉하게 달리시기에 "참 여유로운 분이시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지요.
우선 100회 진심으로 경하드리고 저도 주로에서 축하드리겠습니다.
서울마라톤클럽에서 제가 홍보이사(2000-2002)를 2년 반 정도 했기에 더욱 뜻 깊은 대회가 되겠네요.
2001년도엔 무척이나 추웠고 바람도 거셌지요...
오늘 구수한 글, 옛 정취를 떠올리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Muscle guy
이윤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