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없는 분은 안봐도 되구요..읽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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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세현 댓글 1건 조회 2,294회 작성일 08-01-29 07:58본문
고종 임금은 조선의 제26대 임금으로 스포츠를 좋아한 임금이셨다. 1863년 12세의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오르셨고 어려서부터 운동을 생활화하신 분이셨다. 보위에 오르기 전에는 매일 산을 뛰어 다니면서 사냥을 하셨고 보위에 오르시고 나서는 훈육관을 두고 매일 궐내를 뛰면서 체력을 단련하셨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대게 단명했다. 구중궁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만했지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고종은 1919년 정월 숨질 때까지 68년을 살았다. 숨지기 전날까지도 건강했던 고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훗날 독살로 밝혀졌다. 고종이 독살을 당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20년은 더 살아서 조선 27대 왕 중 가장 장수한 왕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텡 남작은 전세계를 다니면서 올림픽을 홍보하고 다녔다. 조선의 임금인 고종이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소문을 타고 쿠베르텡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쿠베르텡 남작은 멀리 구라파에서 배를 타고 조선까지 왔다. 1895년의 일이다. 1895년은 조선 고종의 비인 민비가 일본인에 의해 시해당한 바로 그해이다.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리기 한해 전의 일이기도 하다. 당시 조선의 고종은 즉위 33년째를 맞았다. 고종의 나이 44세 때일이다. 이미 중년에 접어든 고종이었지만 신체 나이는 30대 못지 않았다. 고종은 자신의 부인이 일본인의 손에 비참하게 죽은 것에 대해 깊은 상심에 빠져 있었다. 바로 그 때 저 멀리 구라파에서 쿠베르텡이라는 자가 고종을 찾아 대궐로 들어온 것이다.
"전하! 쿠베르텡 남작이라고 하옵니다. 소인이 근대 올림픽을 창시하고자 합니다. 전하께오서 남달리 운동에 소질이 있고 조예가 깊으시다는 말씀을 듣고 멀리서 배를 타고 이곳까지 찾아왔사옵니다."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다고. 올림픽이라는 것이 무엇인고?"
"네. 전하. 올림픽은 전세계 여러 선수들이 참가하여 각종 운동 경기를 겨루는 경연장입니다. 경기 종목은 달리기, 오래달리기, 수영, 체조 등 여러 종목이 있사옵니다. 소인이 듣기로 전하께오서는 매일 달리기를 하신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렇지. 짐이 워낙 운동을 좋아하다보니 매일 뛰지 않으면 온몸이 쑤셔서 못 견디겠어. 짐의 나이가 이미 40대 중반에 접어들어 체력이 젊을 때같지 않지만 아직도 지구력에는 자신이 있네. 아마 전국 팔도강산에 나보다 지구력이 강한 자는 없을 걸쎄."
"대단하십니다. 전하. 이번 올림픽 종목에 오래달리기 종목이 있사옵니다. 오래달리기를 일명 '마라톤'이라고 합니다."
"마라톤이라고. 그래. 그 마라톤이라는 경기는 얼마나 달려야 하는 경기인고."
"네. 전하. 42.195km를 달리는 경기로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우승하는 경기입니다."
"42.195km가 뭔가. km가 뭔지 잘 모르겠네."
"네. 전하. 조선에서는 아직 km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리에 해당하는 거리가 4km이므로 42.195km는 약 105리에 해당합니다."
"105리를 달리는 경기라고. 거참 많이 달리는 구만."
"전하! 송구하오나 전하께서는 그 거리를 달려보신 적이 있사옵니까?"
"내 소시적부터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사냥을 하는 것을 좋아했네. 아침 동이 트면 아침밥을 먹자마자 사냥을 나가곤 했어. 그리고는 해저물쯤에 들어오는 일이 많았지. 나는 본시 사냥을 나갈 때 말을 타지 않고 뛰어다녔어. 자 봐! 나의 이 다리를. 온통 근육으로 뭉쳐져 있지 않나. 105리 달리는 것은 지금도 식은 죽 먹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네."
"대단하십니다. 전하! 하오나 그것은 소시적 일이 아니옵니까. 현재도 그렇게 하실 수 있사옵니까?"
"네 이놈. 네 어찌 나를 능멸하려 하느냐. 내 나이 비록 44세로 중년을 지났지만 아직도 훈육관과 함께 그 거리를 매 주말을 이용하여 달리고 있네. 평일에는 궐내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연습도 하고 틈틈이 산을 달리는 연습도 하고 있네."
"전하! 이 놈이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소인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 정도의 연습이면 이번 올림픽 대회 대표 선수로서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전하께오서 조선을 대표하여 내년 개최되는 제1회 아테네 올림픽대회에 참가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옵니다."
"짐이 조선을 대표하여 올림픽 대회에 참가해 달라고. 이 문제는 우선 훈육관 임꺽정과 먼저 의논한 후 답해 주겠네. 조금 있다가 다시 부를 테니 그대는 잠시 나가 있게."
"네. 전하"
"거기. 게 아무도 없느냐."
고종은 쿠베르텡 남작과의 면담을 끝낸 후 큰 소리로 외쳤다.
"네. 전하" 내시가 즉시 대령하였다.
"어서 가서 훈육관 임꺽정을 데리고 오너라."
"네이. 전하."
훈육관 임꺽정은 고종의 직접 명령에 의해 선발된 고종의 달리기 훈련감독이었다. 힘이 장사인데다가 기골이 장성하여 조선 팔도에 힘으로 그를 당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고종의 훈련 감독이 되기전에는 의적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탐관오리의 재산을 약탈하여 가난한 백성에게 그 재물을 나누어 주었다.
고종의 훈육관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천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 당당 1등으로 선발된 자였다.
"훈육관 임꺽정 대령했사옵니다. 전하. 무슨 일이오십니까?"
"조금 전에 구라파에서 쿠베르텡 남작이라는 자가 짐을 찾아왔네. 짐이 오래달리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서 짐에게 올림픽 경기에 참여해 달라고 하네. 어찌하면 좋겠나."
"올림픽 경기라니요. 소인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옵니다."
"올림픽은 전세계에서 여러 대표 선수들이 참여하여 경기를 하는 공연장이네. 그 종목 가운데 오래달리기 종목이 있다고 하네. 그것을 뭐라고 하더라. 마라닉 아니 마라통 아니야 마라톤이라고 했네. 짐을 그 종목에 참여해 달라고 하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전하. 전하의 오래달리기 실력은 저의 지도로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시옵니다. 전하의 그 실력을 당할 자는 이곳 조선 팔도에는 아무도 없사옵니다. 전하는 이미 훈육관인 저의 실력을 넘어 섰사옵니다. 좋은 기회이오니 참석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오 그래. 허나 백성들과 신하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 아마도 반대하지 않겠나."
"전하.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 조선에 전하보다 더 높은 자는 없사옵니다. 전하의 말씀이 곧 법입니다. 전하께서 하시고자 하는데 반대하는 자가 어찌 있단 말입니까. 만약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극형에 처하셔야 마땅할 줄 아옵니다."
"잘 알았네. 내 꼭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하겠네."
임꺽정을 내보낸 고종은 다시 쿠베르텡을 불렀다.
"전하! 마음의 결정을 하셨습니까?"
"그래. 내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쿠베르텡 남작."
"네. 전하."
"짐은 지구력은 상당히 좋으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은 것 같네.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하려면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하나."
"네. 전하. 아직 올림픽 대회가 한번도 치뤄지지 않아 잘 모르오나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105리를 3시간 이내에만 완주하면 우승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옵니다. 아직까지 그 기록이내로 완주한 자가 없사옵니다."
"105리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내가 달릴 때 시간을 잘 재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만 아침먹고 1시간쯤 후 점심 때까지 달리면 약 105리 정도 달리네. 그러면 어림잡아 약 3시간 20분정도 걸린다고 보면 될꺼야."
"전하! 전하께오서 105리를 현재 연습주로 3시간 20분에 달리신다구요. 연습주이면 베스트로 달리는 속도가 아니온데 그 정도 속도가 나오신다면 대회 때에는 3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하리라 사료되옵니다. 3시간 이내 완주를 서브-3라고 하온데 대단한 기록입니다."
"'서브-3'라고. 가끔 훈육관 임꺽정이 어디서 들었는지 서브 뭐라는 소리를 자주 하던데. 그 소리가 서브-3라는 소리였구먼."
"전하! 아직 올림픽이 개최되려면 1년 가까이 남았사옵니다. 그동안 충분히 연습하시면 전하께오서는 올림픽 최초로 서브-3의 기록으로 우승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올림픽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쿠베르텡 남작의 말에 고종 임금은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훈육관 임꺽정을 불러 당장 올림픽을 대비한 연습에 들어갔다.
세월은 빨리도 지나갔다. 어느새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이 개최될 날이 1달밖에 남지 않았다. 배를 타고 멀리 그리스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고종은 1달전부터 외유의 길을 떠났다. 그 기간동안 외아들 순종에게 대리청정을 부탁하였다.
거의 한달을 배를 탄 끝에 고종과 신하일행 30명은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하였다. 쿠베르텡 남작이 직접 나와서 고종 일행을 환영해 주었다.
"전하! 잘 오셨습니다. 긴 여행으로 몹시 피곤하실 것이옵니다. 제가 전하를 최고급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전하가 머무시는 궁궐보다는 못하오나 이 곳에서는 제일 좋은 호텔입니다."
"호텔이 뭔가?"
"전하께서 주무시는 곳이옵니다."
"오호 그래. 고맙소."
고종과 그 일행은 그리스에 도착하여 당시 최고급 그리스 호텔에서 첫날밤을 잘 보냈다. 이틑날 마라톤 경기가 열렸다. 고종은 아테네 올림픽 주경기장을 찾았다. 벌써 수많은 참가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고종은 상투에 도포 차림이었는데 쿠베르텡 남작이 선물한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배번은 쿠베르텡 남작의 특별배려로 1번을 받았다.
오전 10시 쿠베르텡 남작의 총성소리에 마라톤 경기가 시작되었다.
임꺽정 훈육관은 고종에게 출발전 반환점까지는 힘을 아끼라고 주의를 주었다. 마라톤은 지구력 싸움이기 때문에 초반을 빨리 뛸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 말을 명심하고 고종은 페이스를 잘 맞춰 잘 달렸다. 선두권은 아프리카 케냐와 이집트 이디오피아 선수가 달렸다. 고종은 그 뒤를 이어 2위권으로 달렸다.
"뭐. 저렇게 생긴 놈들이 다 있노. 얼굴엔 왜 숯검딩이를 발르고 나왔노. 온통 시커멓게 생긴 놈들이 잘도 달리는 구먼."
고종은 처음보는 아프리카 선수들이 신기했다. 자신과 너무 다른 피부색깔과 생긴 모습이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프리카 선수들의 속도를 따라 잡기에 고종은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고종에게는 끈질긴 지구력이 있었다.
고종은 아프리카 선두권 선수 5명을 뒤로 하고 2위권 십여명의 선수와 함께 하프지점을 1시간 28분 28초로 통과하였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그보다 약 1분 빨리 그 지점을 통과하였다.
반환점을 지났지만 고종은 아직도 힘이 많이 남아 있었다. 선두권 아프리카 선수 중에 뒤로 처지는 선수가 나왔다. 30km 지점에서 이집트 선수를 한명 따라 잡았다. 35km 지점에서는 케냐 선수 한명을 또 잡았다. 이제 고종보다 앞서가는 선수는 3명밖에 없었다. 그 중의 이디오피아의 선수는 자세가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너무도 달리는 폼이 유연했다. 출발전 쿠베르텡 남작이 가장 경계해야할 선수라고 알려준 선수로 이름은 헤일라 게부르 셀라셩이라고 했다. 평소 기록이 달렸다하면 서브-3를 하는 선수라 우승을 하려면 이 선수를 이겨야만 한다고 알려줬다.
40km 지점에서 초반 오버페이스를 한 아프리카 선수 2명을 드디어 고종이 따라 잡았다. 이제 남은 선수는 이디오피아의 헤일라라는 그 선수밖에 없었다. 고종과 그 선수와의 거리차는 200m였다. 고종은 최선을 다해 그 선수를 쫓아 뛰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쿠베르텡 남작의 말대로 그 선수의 속도는 마지막까지 대단했다. 2시간 58분 12초로 헤일라 게부르 셀라셩 선수가 골인하고 고종은 그보다 35초 뒤인 2시간 58분 47초로 2위로 골인하였다.
고종이 골인하자 종합운동장 모든 관중들이 일어나서 기립 박수로 환영하였다. 저 먼 조선이라는 나라의 임금이 직접 마라톤 경기의 대표 선수로 참가한데 대한 예의의 표시였다. 더구나 조선의 임금이 세계 신기록인 서브-3의 기록으로 당당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것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고종은 흐뭇했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역주를 하여 서브-3를 달성했고 은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 은메달을 고국에 가져가서 영원토록 가보로 간직할 생각을 하니 흐뭇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종의 올림픽 은메달 획득 소식은 소문을 타고 조선에 전달되었다. 고종이 돌아오자 나라의 큰 잔치가 베풀어졌다.
조선의 임금이 올림픽 대회에 출전하여 은메달을 땄으니 온 백성의 자랑이 아니겠는가. 그 후 고종은 1919년 정월 숨을 거둘 때까지 마라톤을 계속하였고 고종의 그 정신을 이어받아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리의 손기정 선수가 당당히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이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1996년 아틀렌타에서는 이봉주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고 바로 그 이봉주 선수는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고종이 못다이룬 금메달의 꿈을 풀기 위해 지금도 불철주야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주)) "올림픽 금메달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마온에 올라온
신성범님이 쓴 글입니다..무단전제하면 저작권법에 걸리는 거 아닌가..??
조선시대 임금들은 대게 단명했다. 구중궁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만했지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고종은 1919년 정월 숨질 때까지 68년을 살았다. 숨지기 전날까지도 건강했던 고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훗날 독살로 밝혀졌다. 고종이 독살을 당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20년은 더 살아서 조선 27대 왕 중 가장 장수한 왕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텡 남작은 전세계를 다니면서 올림픽을 홍보하고 다녔다. 조선의 임금인 고종이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소문을 타고 쿠베르텡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쿠베르텡 남작은 멀리 구라파에서 배를 타고 조선까지 왔다. 1895년의 일이다. 1895년은 조선 고종의 비인 민비가 일본인에 의해 시해당한 바로 그해이다.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리기 한해 전의 일이기도 하다. 당시 조선의 고종은 즉위 33년째를 맞았다. 고종의 나이 44세 때일이다. 이미 중년에 접어든 고종이었지만 신체 나이는 30대 못지 않았다. 고종은 자신의 부인이 일본인의 손에 비참하게 죽은 것에 대해 깊은 상심에 빠져 있었다. 바로 그 때 저 멀리 구라파에서 쿠베르텡이라는 자가 고종을 찾아 대궐로 들어온 것이다.
"전하! 쿠베르텡 남작이라고 하옵니다. 소인이 근대 올림픽을 창시하고자 합니다. 전하께오서 남달리 운동에 소질이 있고 조예가 깊으시다는 말씀을 듣고 멀리서 배를 타고 이곳까지 찾아왔사옵니다."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다고. 올림픽이라는 것이 무엇인고?"
"네. 전하. 올림픽은 전세계 여러 선수들이 참가하여 각종 운동 경기를 겨루는 경연장입니다. 경기 종목은 달리기, 오래달리기, 수영, 체조 등 여러 종목이 있사옵니다. 소인이 듣기로 전하께오서는 매일 달리기를 하신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렇지. 짐이 워낙 운동을 좋아하다보니 매일 뛰지 않으면 온몸이 쑤셔서 못 견디겠어. 짐의 나이가 이미 40대 중반에 접어들어 체력이 젊을 때같지 않지만 아직도 지구력에는 자신이 있네. 아마 전국 팔도강산에 나보다 지구력이 강한 자는 없을 걸쎄."
"대단하십니다. 전하. 이번 올림픽 종목에 오래달리기 종목이 있사옵니다. 오래달리기를 일명 '마라톤'이라고 합니다."
"마라톤이라고. 그래. 그 마라톤이라는 경기는 얼마나 달려야 하는 경기인고."
"네. 전하. 42.195km를 달리는 경기로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우승하는 경기입니다."
"42.195km가 뭔가. km가 뭔지 잘 모르겠네."
"네. 전하. 조선에서는 아직 km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리에 해당하는 거리가 4km이므로 42.195km는 약 105리에 해당합니다."
"105리를 달리는 경기라고. 거참 많이 달리는 구만."
"전하! 송구하오나 전하께서는 그 거리를 달려보신 적이 있사옵니까?"
"내 소시적부터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사냥을 하는 것을 좋아했네. 아침 동이 트면 아침밥을 먹자마자 사냥을 나가곤 했어. 그리고는 해저물쯤에 들어오는 일이 많았지. 나는 본시 사냥을 나갈 때 말을 타지 않고 뛰어다녔어. 자 봐! 나의 이 다리를. 온통 근육으로 뭉쳐져 있지 않나. 105리 달리는 것은 지금도 식은 죽 먹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네."
"대단하십니다. 전하! 하오나 그것은 소시적 일이 아니옵니까. 현재도 그렇게 하실 수 있사옵니까?"
"네 이놈. 네 어찌 나를 능멸하려 하느냐. 내 나이 비록 44세로 중년을 지났지만 아직도 훈육관과 함께 그 거리를 매 주말을 이용하여 달리고 있네. 평일에는 궐내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연습도 하고 틈틈이 산을 달리는 연습도 하고 있네."
"전하! 이 놈이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소인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 정도의 연습이면 이번 올림픽 대회 대표 선수로서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전하께오서 조선을 대표하여 내년 개최되는 제1회 아테네 올림픽대회에 참가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옵니다."
"짐이 조선을 대표하여 올림픽 대회에 참가해 달라고. 이 문제는 우선 훈육관 임꺽정과 먼저 의논한 후 답해 주겠네. 조금 있다가 다시 부를 테니 그대는 잠시 나가 있게."
"네. 전하"
"거기. 게 아무도 없느냐."
고종은 쿠베르텡 남작과의 면담을 끝낸 후 큰 소리로 외쳤다.
"네. 전하" 내시가 즉시 대령하였다.
"어서 가서 훈육관 임꺽정을 데리고 오너라."
"네이. 전하."
훈육관 임꺽정은 고종의 직접 명령에 의해 선발된 고종의 달리기 훈련감독이었다. 힘이 장사인데다가 기골이 장성하여 조선 팔도에 힘으로 그를 당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고종의 훈련 감독이 되기전에는 의적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탐관오리의 재산을 약탈하여 가난한 백성에게 그 재물을 나누어 주었다.
고종의 훈육관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천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 당당 1등으로 선발된 자였다.
"훈육관 임꺽정 대령했사옵니다. 전하. 무슨 일이오십니까?"
"조금 전에 구라파에서 쿠베르텡 남작이라는 자가 짐을 찾아왔네. 짐이 오래달리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서 짐에게 올림픽 경기에 참여해 달라고 하네. 어찌하면 좋겠나."
"올림픽 경기라니요. 소인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옵니다."
"올림픽은 전세계에서 여러 대표 선수들이 참여하여 경기를 하는 공연장이네. 그 종목 가운데 오래달리기 종목이 있다고 하네. 그것을 뭐라고 하더라. 마라닉 아니 마라통 아니야 마라톤이라고 했네. 짐을 그 종목에 참여해 달라고 하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전하. 전하의 오래달리기 실력은 저의 지도로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시옵니다. 전하의 그 실력을 당할 자는 이곳 조선 팔도에는 아무도 없사옵니다. 전하는 이미 훈육관인 저의 실력을 넘어 섰사옵니다. 좋은 기회이오니 참석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오 그래. 허나 백성들과 신하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 아마도 반대하지 않겠나."
"전하.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 조선에 전하보다 더 높은 자는 없사옵니다. 전하의 말씀이 곧 법입니다. 전하께서 하시고자 하는데 반대하는 자가 어찌 있단 말입니까. 만약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극형에 처하셔야 마땅할 줄 아옵니다."
"잘 알았네. 내 꼭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하겠네."
임꺽정을 내보낸 고종은 다시 쿠베르텡을 불렀다.
"전하! 마음의 결정을 하셨습니까?"
"그래. 내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쿠베르텡 남작."
"네. 전하."
"짐은 지구력은 상당히 좋으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은 것 같네.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하려면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하나."
"네. 전하. 아직 올림픽 대회가 한번도 치뤄지지 않아 잘 모르오나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105리를 3시간 이내에만 완주하면 우승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옵니다. 아직까지 그 기록이내로 완주한 자가 없사옵니다."
"105리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내가 달릴 때 시간을 잘 재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만 아침먹고 1시간쯤 후 점심 때까지 달리면 약 105리 정도 달리네. 그러면 어림잡아 약 3시간 20분정도 걸린다고 보면 될꺼야."
"전하! 전하께오서 105리를 현재 연습주로 3시간 20분에 달리신다구요. 연습주이면 베스트로 달리는 속도가 아니온데 그 정도 속도가 나오신다면 대회 때에는 3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하리라 사료되옵니다. 3시간 이내 완주를 서브-3라고 하온데 대단한 기록입니다."
"'서브-3'라고. 가끔 훈육관 임꺽정이 어디서 들었는지 서브 뭐라는 소리를 자주 하던데. 그 소리가 서브-3라는 소리였구먼."
"전하! 아직 올림픽이 개최되려면 1년 가까이 남았사옵니다. 그동안 충분히 연습하시면 전하께오서는 올림픽 최초로 서브-3의 기록으로 우승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올림픽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쿠베르텡 남작의 말에 고종 임금은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훈육관 임꺽정을 불러 당장 올림픽을 대비한 연습에 들어갔다.
세월은 빨리도 지나갔다. 어느새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이 개최될 날이 1달밖에 남지 않았다. 배를 타고 멀리 그리스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고종은 1달전부터 외유의 길을 떠났다. 그 기간동안 외아들 순종에게 대리청정을 부탁하였다.
거의 한달을 배를 탄 끝에 고종과 신하일행 30명은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하였다. 쿠베르텡 남작이 직접 나와서 고종 일행을 환영해 주었다.
"전하! 잘 오셨습니다. 긴 여행으로 몹시 피곤하실 것이옵니다. 제가 전하를 최고급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전하가 머무시는 궁궐보다는 못하오나 이 곳에서는 제일 좋은 호텔입니다."
"호텔이 뭔가?"
"전하께서 주무시는 곳이옵니다."
"오호 그래. 고맙소."
고종과 그 일행은 그리스에 도착하여 당시 최고급 그리스 호텔에서 첫날밤을 잘 보냈다. 이틑날 마라톤 경기가 열렸다. 고종은 아테네 올림픽 주경기장을 찾았다. 벌써 수많은 참가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고종은 상투에 도포 차림이었는데 쿠베르텡 남작이 선물한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배번은 쿠베르텡 남작의 특별배려로 1번을 받았다.
오전 10시 쿠베르텡 남작의 총성소리에 마라톤 경기가 시작되었다.
임꺽정 훈육관은 고종에게 출발전 반환점까지는 힘을 아끼라고 주의를 주었다. 마라톤은 지구력 싸움이기 때문에 초반을 빨리 뛸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 말을 명심하고 고종은 페이스를 잘 맞춰 잘 달렸다. 선두권은 아프리카 케냐와 이집트 이디오피아 선수가 달렸다. 고종은 그 뒤를 이어 2위권으로 달렸다.
"뭐. 저렇게 생긴 놈들이 다 있노. 얼굴엔 왜 숯검딩이를 발르고 나왔노. 온통 시커멓게 생긴 놈들이 잘도 달리는 구먼."
고종은 처음보는 아프리카 선수들이 신기했다. 자신과 너무 다른 피부색깔과 생긴 모습이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프리카 선수들의 속도를 따라 잡기에 고종은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고종에게는 끈질긴 지구력이 있었다.
고종은 아프리카 선두권 선수 5명을 뒤로 하고 2위권 십여명의 선수와 함께 하프지점을 1시간 28분 28초로 통과하였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그보다 약 1분 빨리 그 지점을 통과하였다.
반환점을 지났지만 고종은 아직도 힘이 많이 남아 있었다. 선두권 아프리카 선수 중에 뒤로 처지는 선수가 나왔다. 30km 지점에서 이집트 선수를 한명 따라 잡았다. 35km 지점에서는 케냐 선수 한명을 또 잡았다. 이제 고종보다 앞서가는 선수는 3명밖에 없었다. 그 중의 이디오피아의 선수는 자세가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너무도 달리는 폼이 유연했다. 출발전 쿠베르텡 남작이 가장 경계해야할 선수라고 알려준 선수로 이름은 헤일라 게부르 셀라셩이라고 했다. 평소 기록이 달렸다하면 서브-3를 하는 선수라 우승을 하려면 이 선수를 이겨야만 한다고 알려줬다.
40km 지점에서 초반 오버페이스를 한 아프리카 선수 2명을 드디어 고종이 따라 잡았다. 이제 남은 선수는 이디오피아의 헤일라라는 그 선수밖에 없었다. 고종과 그 선수와의 거리차는 200m였다. 고종은 최선을 다해 그 선수를 쫓아 뛰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쿠베르텡 남작의 말대로 그 선수의 속도는 마지막까지 대단했다. 2시간 58분 12초로 헤일라 게부르 셀라셩 선수가 골인하고 고종은 그보다 35초 뒤인 2시간 58분 47초로 2위로 골인하였다.
고종이 골인하자 종합운동장 모든 관중들이 일어나서 기립 박수로 환영하였다. 저 먼 조선이라는 나라의 임금이 직접 마라톤 경기의 대표 선수로 참가한데 대한 예의의 표시였다. 더구나 조선의 임금이 세계 신기록인 서브-3의 기록으로 당당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것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고종은 흐뭇했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역주를 하여 서브-3를 달성했고 은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 은메달을 고국에 가져가서 영원토록 가보로 간직할 생각을 하니 흐뭇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종의 올림픽 은메달 획득 소식은 소문을 타고 조선에 전달되었다. 고종이 돌아오자 나라의 큰 잔치가 베풀어졌다.
조선의 임금이 올림픽 대회에 출전하여 은메달을 땄으니 온 백성의 자랑이 아니겠는가. 그 후 고종은 1919년 정월 숨을 거둘 때까지 마라톤을 계속하였고 고종의 그 정신을 이어받아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리의 손기정 선수가 당당히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이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1996년 아틀렌타에서는 이봉주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고 바로 그 이봉주 선수는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고종이 못다이룬 금메달의 꿈을 풀기 위해 지금도 불철주야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주)) "올림픽 금메달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마온에 올라온
신성범님이 쓴 글입니다..무단전제하면 저작권법에 걸리는 거 아닌가..??
댓글목록
이상남님의 댓글
이상남 작성일
인생은 그 자체가 학습의 과정인데
이렇게 좋은 학습자료를 제공해 주시는데 시간이 없다고
돌아간다면 인생을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닐런지?
어디선가 주워 들었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경험이나 말을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경험과 지식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반면
현명한 사람은 타인의 경험이나 지식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