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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공부한다고 머리에 든것도 없이 왔다갔다 하는 세월의 연속이었는데...
느닷없이 지도교수님께서 발표준비를 하라고 하십니다.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 학회에 논문초록 보내고,접수하고 20분짜리 PPT 자료 만들어 가지고 10/4일(목) 저녁때 전남 광주에 내려갔습니다.
이름하여 "전국체전 기념 체육학회"가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금요일(10/5) 전국의 대학, 연구소 교수님, 연구원, 대학원생이 거의 다 온것으로 보입니다.
체육학회 주관 학술대회가 꾸려지고 저는 운동 생리학회, 운동 영양학회에 등록하고 발표 준비를 하였습니다.
하여튼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앞서 발표하는 교수님, 대학원생 들 발표하는 거 보니까 정말 대단하더군요.
실력없는 저 바짝 쫄을 수 밖에요.
평생동안 공부만 죽어라 하는 양반들 앞에서 일자무식쟁이가 발표를 해야 한다니.....
다리가 후달거리고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갑니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안면이 있는 교수님,연구원님 들도 여럿 보입니다.
"아니 이사장님 오늘 발표자로 돼있던데... 당사자 맞아요?" 하신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예!! 오늘은 업자가 아니라 학생 신분으로 발표하오니 많은 지도편달 바랍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갑니다.
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발표장은 꽉 차있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는 " 마라톤은 당신이 이 동네에서 1인자이니까 맘 편하게 발표하면 돼" 하시면서 격려를 해주십니다.

불이 꺼지고 PPT 화면이 떠 오릅니다.
"저는 한국체육대학교 운동생리학실 박사과정 이윤희입니다. 풀코스 마라톤과 200km 울트라마라톤 수행이 관절과 근육의 손상과 회복 그리고 대사관련지표에 관한 주제로 발표를 하겠습니다"
한장한장 넘기면서 그 동안 샘플채취,분석,연구한 자료를 발표하고 관련사진도 보여주며 이 연구가 유럽운동생리학회(SCI 급)에 등재되었다는 사실도 말씀드렸습니다.

약속된 발표시간이 끝나고 질의, 응답시간입니다.
어떤 교수님게서 젠틀하게 질문을 하십니다.
-왜 년령별로 구분하지 않았느냐? -> 예!! 분석결과 년령별 구분이 유의한 차가 없었기에 하나로 자료처리하였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그렇게 많이 달렸는데 앞으로도 계속 달리거냐? -> 예! 제가 살아 있는 한 마라톤은 계속 할것입니다.
-자료에 200km 로 되어 있는데 혹시 20km 를 오타한 것 아니냐?-> 예 20k가 아니라 200k 가 맞습니다. 제가 그 대회를 4번 완주한 경험이 있으며 평균 31시간에 완주하였습니다.

다른 교수님 질문
-회복기동안 식이 조절은 어떻게 하였느냐? -> 예 미리 말씀드린대로 일반인들이기에 식이조절은 각자에게 맡기고 통제하지 않았으며 현실적으로 통제도 불가합니다.
-아미노산 섭취 정도에 따라 회복이 달라지지 않느냐? -> 예 그럴수도 있겠으나 이 연구는 근육과 관절손상에 따른 회복을 본 것이며 아미노산 섭취에 따라 회복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이 교수님은 이미 안면이 있는 분으로 다분히 태클성 질문으로 보였지만 성실히 답변을 하였지요.

등에는 땀이 흥건이 배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두서없이 데뷔전을 치른
Muscle guy
이윤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