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BI MARCH완주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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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현분 댓글 1건 조회 2,726회 작성일 07-07-13 05:53본문
사막의 RACE 중에서 가장 신경 쓰이고 긴장되는 날이다 롱데이는 울트라처럼 80k나, 90k를 계속 뛰고 걸어서 완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막 마라톤을 참가하려면 가능한 한 울트라 마라톤으로 지구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난 이 고비의 롱데이를 대비해서 지난 5월 26일에 천진암 울트라 100km를 밤새 달려서 가볍게 완주한바 있다
하지만 사막에서의 80k, 90k를 우리나라 울트라와 비슷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온도는 높고 지형이 틀리고 먹는것도 일주일동안 모든 RACE가 끝날때까지 본인이 가져간것 만으로 먹으면서 달려야 하기 때문에 체력 유지가 힘들고 배낭은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대신 롱데이만 잘 완주하면 모든 레이스가 끝났다고 해도 될만큼 마지막 날은 가벼운 마음으로 10k나 15k 이내를 뛰게 해준다
바로 오늘이 Long day 날이다. 브리핑도 어젯밤에 했는데 80k를 뛰게 되어 있다 브리핑 용지를 보니 계곡도 있고 마을과 모래 사막도 있는듯 하다 출발도 후미구룹 30%는 아침7시에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2시간 후인 9시에 출발하는데 우리 한국팀은 6명(조경일님 이동욱님 최명재님 송기석님 송경태님 박미란님)이 7시에 출발하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일행들은 9시에 가게 되어 있다.
준비할 시간은 널널해서 좋은데 출발 하기도 전에 햇볕이 쨍쨍한게 신경이 쓰인다. 몰래라도 7시에 출발하고 싶지만 꾹 참고 먼저 출발하는 일행들에게 잘 뛰라는 인사를 한후 모닥불?가에서 불을 쪼이며 기다린다. 사막에서 모닥불을 쬔다고?.. 이상하다 생각 하겠지만 밤과 해뜨기 전에는 사막도 추우니까...
Long day를 위해 따로 준비한 비상 식량(컵라면 파워젤 홍삼절편 캔디 비타민 소금정 진통제 카보인 육포..)을 꺼내기 쉬운 작은 포켓에 꼼꼼히 챙겨 넣고 기다리다가 9시에 출발하는데 출발 하자마자 마른 계곡을 가로질러서 바로 급경사진 모래산을 올라가게 한다. 이런 젠장...속으로 욕이 나온다 온종일 땡볕을 뛰고도 밤새도록 뛰어야 하는데 이렇게 초반부터 힘들게 할게 뭐람ㅋ 헐떡 헐떡...헉~헉~숨이 턱에차고 입을 벌리고 가쁜숨을 쉬니까 목구멍까지 마른다
앞사람들 발자국에 모래 먼지가 풀풀...날려서 입으로 다 들어가는것 같아 버프로 마스크를 해보지만 그냥 바로 내린다. 덥고 더 숨차고 답답해서...황사 먼지를 그대로 마시면서 가는 셈이다 작년 고비 사막에서 1등을 한 자랑스런 안병식(제주)씨가 올해는 미디어 팀으로 왔기 때문에 앞에서 또는 뒤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수고를 하고 있기에 간신히 웃으며 인사를 하는데 그도 힘들어서 현기증이 나고 쓰러질것 같다고 해서 안쓰러웠다ㅉ 아무리 선수라해도 사진을 찍기 위해 선수들을 쫓아 오르락 내리락 뛰어 다니니...태양빛은 점점 강하게 내리쬐는 산을 발끝만 보며 오르고 또 오른다
시작하고 중단하지 않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 한발 한발 땀을 뚝뚝.. 흘리며 정상을 올라서 시간을 보니 내 걸음으로 꼭 1시간이 걸렸다. 아~힘들어라!! 이래서 난 깔딱 고개가 싫은데 잘뛰는 고수들은 언덕을 희안하게 좋아하니 참으로 모를 일이다. 흐르는 땀을 닦고 물을 마시며 잠시 쉬고, 숨을 고르며 내려 가는데 급경사에 모래뿐이라서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지그재그로 살..살..살 뛰어 내려 가면서 나를 언덕에서 추월했던 사람들을 더러더러 다시 추월 하는데 누군가가 "아뭏든 평지엔 무지 강하다니까.."한다
사막에 처음 참가해 배낭 꾸리는걸 물어 봤던 후배인데 계속 따라오며 3cp까지만 따라 가볼테니 저를 끌어 달랜다. 알았다고 하고는 자연스럽게 동반주를 하게 되는데 그 후배는 간식을 전혀 꺼내 먹지를 않고 나는 캔디 하나라도 혼자 먹지 못하고 나눠 먹으니 행동식이 빨리 떨어져서 밤에는 굶는?고생을 해야만 했다.
진흙뻘을 만나면 진흙이 운동화에 찰떡처럼 달라 붙고, 모래에서는 푹푹 빠지다 내리막은 쭉쭉 미끄러지고...그 상태로 천근만근 무겁게 가다가 계곡물을 만나면 첨벙첨벙 완죤히 극기 훈련 이다. 위에서 태양빛은 인정사정 볼것 없이 내리 쬐고...오늘은 계곡물이 불랙 커피를 진하게 풀어서 휘~휘..저어 놓은 것처럼 찐하고 탁한 고동색이다. 세상에나 이런 색깔의 물도 다 있네 하면서 건너기를 30번?도 더 한것 같다. 이리 건너고 쬠 가다가 또 저리 건너고 정신없게 건너면서 주최측 원망도 무지하게 했다.
그냥 건너게 하는것도 재미가 없는지 허벅지까지 빠지는 급물살 계곡에서는 떠내려 갈까봐 이쪽 나무와 계곡 건너편 나무에 밧줄을 매 놔서 줄을 잡고 게 걸음으로 가는데도 물살을 내려다 보면 소용돌이 때문에 빙빙~돌다가 빨려 들어 갈것 같아 무서워서 옆에 아무라도 잡게 된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무서워지는 물살에 현지인 젊은 장정들 서너명을 대기시켜 여자들은 아예 어깨를 딱 잡고 건너 주기도 하고 더 위험한 곳은 나귀가 마차에 서너명씩 실어서 건너 준다
코스가 무섭고 힘들어서 욕을 하면서도 주최측도 참 힘들겠다 돈도 많이 들었겠네, 참가비 비싼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너무 지치고 탈진해서 오히려 먹지 못하는 우리 일행들도 많은데 다행히 나는 입맛은 여전히 좋다.ㅎ그래서 계곡옆 살구 나무에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샛 노랗게 달린 살구를 실컷 따 먹고도 배낭 주머니가 터질 정도로 햄스터가 볼떼기에 욕심껏 저장하듯이, 넣어 가지고 cp에서 만나는 외국 스텝들에게도 나눠 주니까 나이 지긋한 외국 아저씨가 기가 막힌지 허허허...웃는다ㅎ
산을 넘고 험한 물을 건너고 잘못 디디면 수렁처럼 쑤욱~한없이 빠져 버리는 겁나는 늪을 지나 마을이 나오는데 발은 아프고 지쳐서 마냥 걷는다. 발바닥은 더이상 못가겠다고 숯불을 댄듯이 뜨거워져서 항의를 한다. 뒤따라 오던 후배도 더이상 못따라 가겠다며 진통제를 먹는다. 출발할때는 80k니까 10k에 두시간씩 잡고 16시간이면 완주 하지 않을까? 하고, 10k마다 있는 cp에서 시간을 체크 하다가 5cp(50k도착-pm7:10)에서 발바닥 부상 치료를 하면서 아쉽게 포기를 해야만 했다
물집이 생긴 발바닥을 실을 꿴 바늘을 소독하여 통과 시켜서 따고 그 부위에 테잎을 붙이고, 언덕으로 시작되는 망망대해 같은 사막을 걷는데 황사 바람은 하늘까지 뿌옇게 만들어 놓는다.나는 점점 지치지만 따라오던 후배는 회복이 되는지 조금씩 뛰기에 먼저 가랬더니 cp가서 라면에 물 붓고 기다린다며 가버린다. 혼자 걷는 나를 건조하고 황량한 바람은 한낱 모래알로 여기는걸까??
힘들어서인지 우주에 달랑 혼자인듯한 고독이 더 지치게 하는데, 저만치 넘어가려는 석양은 나를 지켜 주려고 멈추었을까!!...밤 9시가 넘었는데도 넘어가지 않고 환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걷는다 터덜터덜...분홍빛 깃발을 따라 갈 뿐이다. 너무 지쳐서 아무 생각도 없다. 고비에 대한 무지함과 훈련 부족과 소홀함에 아쉬움과 후회가 삭막한 사막바람 만큼이나 마음을 허허롭게 만든다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발의 통증은 여전하고 배낭만 아니라도 조금씩 뛸수 있으련만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을 뒤로 손을 깍지껴서 아기를 업듯이 손으로 받쳐 업으니 어깨가 살것 같다. 가도가도 나타나지 않던 6cp를 간신히 9시 50분에 만났으니 50분이면 가는 10k를 2시간 40분의 고생 끝에 간신히 도착한 것이다. 코스가 어려워 cp에서 의무적으로 2시간을 자거나 쉬게 한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더이상 못갈것 같은데 잘 되었다 싶어서 양말을 벗고 물집 치료를 다시 하고, 컵라면으로 저녁도 먹었다.
잠을 잘수 있는 텐트도 쳐 놔서 자는 사람도 있지만 주변에서 사막을 침대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대충 누워 자는 사람들도 많다. 발바닥 여기저기 물집이 생긴곳을 다 치료하고 해드랜턴을 꺼내서 모자에 부착하는데 우리팀 후미 구룹들이 들어온다. 연세 드신 강번석님과 김성관님은 한참을 누워 쉬시다가 내가 혼자라도 가겠다고 일어나니까 김 선배님이 염려 되어 같이 가겠다며 일어 나신다.
6cp를 떠날때는 자봉자들에게 신고를 하고 가야 한다. 휴식 시간을 확인하고 보내는 거라서...2시간만에 파김치가 된 몸을 일으켜서 가는데 사하라에선 밤마다 별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을 설쳤던 내가 이 고비에서는 오늘에서야 별을 바라다 본다. 밤하늘의 온 별무리가 내게 힘을 주기 위해 내려다 보는것만 같다. 산도 나무도 없는 넓디 넓은 사막의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의 기운을 받으며 간다.
주위는 깜깜하고 바람도 지치고 졸린지 자는듯 고요하고 야광 스틱을 쫓아 비몽사몽으로 가는데 너무 졸려서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페이스가 계속 쳐지니까 김 선배님이 아예 손목을 꽉 잡고 가신다. 어떻게 하면 정신을 가다듬을수가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몸이 너무 지쳐서 말을 안 듣는다. 어떻게 7cp를 갔는지 아마도 걸으면서도 잔것 같고 시간도 모르겠다. 우리 한국팀 조이가 반가워 하면서 "이제 거의 다 왔는데 마지막 험한 골짜기 조심해서 가세요" 하며 "울 아빠 보셨어요" 묻는다.
뒤에 오신다는 대답을 해 주고는 거기서 자고 싶은걸 참고 또 얼마쯤 가선지 정신이 나나? 싶었는데 삐쭉 삐쭉 날카로운 바위로 된 급경사진 협곡으로 한없이 내려 간다. 성한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송경태님과 도우미를 하는 박미란은 이곳을 어찌 와야 할까? 너무 걱정이 된다. 골짜기로 내려 가다가 다시 올라 가서 또 한참을 가니까 불빛 들이 많다. 드디어 골인점이다 시간을 보니 4시 35분...아침 9시에 출발하여 19시간 35분만에 80k를 완주한 것이다, 작년 사하라 RACE에서는 90k를 이 시간에 완주 했는데ㅋ...
5cp에서 6cp를 간 시간이 2시간 40분...넘 힘들고 고독하게 걸었고 6cp에서 2시간을 쉬긴 했지만 그것도 실력이니 고개가 싫다고 언덕 훈련을 하지 않은 탓으로 고생을 더 했다는 후회를 절실하게 한 롱데이다.수첩을 꺼내 시간 확인 싸인을 받고 우리 텐트로 돌아 오니 몇명이 자고 있고 난 노숙자처럼 배낭을 내려 놓고 대충 정리하고 그대로 골아 떨어진다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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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소병선님의 댓글
소병선 작성일
해마다 코스가 바뀌긴하지만, 이번 코스는 정확한 자료가 없어서, 추정되는 곳을 추측하여 지도에서 검색하여 보았습니다. gps자료만 있으면, 아주 좋았을것을.......
혹시 다음에라도 갈 계획이 있는 분이 있다면 조그마한 참고가 될지 모르겠네요. <br>
중국지도입니다.
<img src="http://www.100thmarathon.co.kr/alb/file/사본%20-%201세계지도.jpg"width="800"height="571">
타클라마칸 지도입니다.
<img src="http://www.100thmarathon.co.kr/alb/file/사본%20-%202중국.jpg"width="800"height="571">
추정되는 코스입니다. 탁쉬에서 출발하여 오른쪽으로 갔을 것이라 추정되어
길을 추적해 봤습니다.더 확대하면 길 이 더 자세하긴하나 한 화면에
길을 모두 표시할수 없군요
<img src="http://www.100thmarathon.co.kr/alb/file/사본%20-%203탁쉬.jpg"width="800"height="571">>
구글맵에서 입체지도를 추출했습니다. 왼쪽 밑 탁쉬코르간에서
오른쪽 위로 대각선 길 같습니다.
<img src="http://www.100thmarathon.co.kr/alb/file/4탁쉬쿠르칸.JPG"width="800"height="571">
혹시 회원님중에 지리정보에 정통한 분이 계시는지요?
공부를 하고 싶은데, 모든게 부족합니다.과외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