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BI MARCH완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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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현분 댓글 2건 조회 2,375회 작성일 07-07-10 06:22본문
계곡물 바로 앞에 텐트를 쳐서 사막에서 물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는데 또 비가 온다 텐트(TAJIKS15) 지붕에 툭툭..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신기하다. 여기 사막 맞아? 비가 텐트에 스며들어 일행 모두가 빗물을 막느라 소동을 피우기도 했다. 우리 텐트에는 한국인 6명과 중국인4명이 함께 쓰는데 울 한국인 일행이 빗물 흐르는걸 막는 작업을 한참동안 하는데도 중국인들은 꼼짝도 안하고 침낭 안에서 자는척 하는데 얄미워서 한대 때려 주고 싶다.
넘 피곤해서 저녁도 안먹고 누웠는데 밤새도록 잠은 안오고 심장 뛰는 소리는 두근두근... 너무 크게 들리고 불안해서 청심환을 먹고서야 간신히 진정을 하고 새벽녘에 겨우 토끼잠을 자다가 악몽을 꾸고 소리를 지르며 다시 깼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숨이 차다. 고산증을 겪어 보질 않은 나는 이게 고산증인지도 모른채 혼자서 애를 쓰다가 피곤하게 뻑뻑한 눈으로 아침을 맞고 9시 5분에 둘째날 RACE 36k를 뛰기 위해 출발을 한다. 왜 뛰는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없는 무아지경 상태?
이제 이틀째인데 빨리 모든 경기가 끝나기만을 벌써 기다리니 이렇게 참을성없는 나를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대단하다며 철녀라는 말들을 하고 여자도 아니라고 할때는 그냥 웃기만 한다. 어제는 송경태님의 도우미를 하느라 제대로 달리지를 못했던 유지성님이 오늘은 자유롭고 가볍게 잘도 달려서 중간 동반주를 하며 사진도 많이 찍어 주었다. 이 고비사막을 매년 참가한 울 한국팀 사막 에이전트인데 여유있게 뛰고 걸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이나 팀원들 사진을 찍어 주는 모습이 보기 좋고 고맙기도 하고 부럽다
어제는 계곡물 색깔이 시멘트를 풀어 놓은것처럼 온통 회색빛이더니 오늘은 위에서 누가 누런 황토흙을 계속 풀어 놓기라도 하는지 샛누런 강물이 구비구비 거세게 흘러가고 나는 흐르는 계곡을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며 뛰다가 걷기를 반복하고 있다. 배낭이 뛸때마다 어깨를 눌러서 팔이 빠질듯이 아프다 구불구불 산악 사막의 언덕은 나를 더욱 힘들게 하고 내리쬐는 땡볕은 인정 사정없이 나를 지치게 만든다 너무 힘 들어서 도저히 뛸수가 없다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작년 사하라 RACE때는 이렇게 힘들지는 않은것 같은데...이유가 뭘까? 여기 오기전에 먹는게 너무 부실했나? 내 몸에서 에너지 빠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것만 같다. 비상 식량만으로 10k가 넘는 배낭을 지고 뛰면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채우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다. 어깨가 아프다 못해 가슴이 아프고, 심장도 쪼그라드는 것만 같고 온 삭신이 다 아프다
작년 사하라 사막을 뛸때는 여유있게 멋있는 바위가 보이면 사진도 찍고 신기한 까만 돌맹이도 줏으면서 나름대로 즐달했는데 이 고비에서는 카메라를 아예 꺼낼 생각을 못한다. 파란 하늘도 아름다워서 쳐다 보는게 아니라 지쳐서 겨우 올려다 보면 너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나더러 `힘들지?그래도 나처럼 하얗게 웃어봐' 하는것 같아서 헐떡이는 숨을 내쉬며 "그래 웃자 아무리 힘들어도 네가 원해서 온거 잖아 그러니까 넌 행복한 사람이야"
소용돌이치는 물살을 내려다보면 금방이라도 나를 빨아들일것만 같은 거칠고 누런 계곡물, 그 둘레엔 황량하기 그지없는 높은 산악사막, 좌우사방 나 하나밖에 없는 듯한 고독을 달래려고 혼자서 생각으로 위로하고 말하고, 강물위 그림같은 구름 다리를 건널때는 아이처럼 일부러 발을 굴러 더 출렁이는 스릴을 맛보기도 하면서 놀며 즐기기도 한다
언젠가 TV 광고에서 본 듯한 쇠줄의 도르레 바구니에 강건너 저편으로 물건을 건네 주는 모습을 볼때는 내가 본 TV 광고를 이곳에서 찍었나?하는 상상도 하며 뛰다가 멈춰서서 신기하게 구경을 하기도 하고,구름 다리를 건너 갈때는 현지 경찰들이 떨어질까봐 그런지 근데군데 보초를 서있다. 강 기슭 좁은 밭둑길로 지루하게 언덕을 올라가는데 이상한 북소리?가 반갑게 들려서 뛰어갔더니 드디어 골인 지점이고 마을이다. 와우~ 오늘은 더 호사스럽고 럭셔리한 민가에서 재워 준단다. 완주 시간은 5시간 30분...
현지인 아저씨의 안내를 따라 한참을 가니까 깔끔한 흙 벽돌 집으로 들어가고 촌스럽긴 하지만 카펫도 깔려 있다 시부모인듯한 노부부와 젊은부부, 아이도 있는데 모두가 순박하고 친절해서 참 편했고 무엇보다 민가 생활의 문화를 느낄수 있어서 너무 좋고 오늘은 편하게 잘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놓였는데, 다른 한국팀이 자는 집을 가보니 거기는 더 좋은 부자집?이다
그 집엔 TV,오디오도 있고 주식으로 먹는 빵(얄리:우리 한국팀은 이빵을 걸레빵이라 부름)과 양 젖으로 직접 만든 요구르트와 전통차도 대접을 받고 있어서 함께 맛있게 얻어 먹었고 주인이 직접 따다 주는 살구도 실컷 먹었다 이곳은 과일 나무가 무지 많은데 햇살이 강해서인지 과일이 시지 않고 참 달다. 특히 살구와 뽕나무가 많은데 오디 색깔이 하얀게 특징이고 꿀처럼 달다
내일은 3800M나 되는 높은산을 오르게 된다는 브리핑을 듣고 우리 일행 모두가 나를 걱정한다.특히 대학병원 소아과 과장인 최명재 선배는 고산병 약을 몇가지 챙겨 주고는 웬만하면 무리말고 포기하라고 권하며 고산병으로 죽는 사람도 직접 봤다면서 겁을 준다. 심장이 약해서 걱정이 많이 되지만 그렇다고 올라 가기도 전에 포기할것 같으면 고비에 오지도 않았지...
건네 받은 약을 잘 챙겨서 내가 잘 집으로 오는데 비가 부슬부슬 또 내린다. 62년도 이후에 이런비가 처음 내리는 거라는데, 울 일행들은 내가 사막에 비 오는걸 보고 싶어해서 나 때문이라나ㅋ우리집?에 오니까 맘 착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양고기를 넣은 맛있는 칼국수를 저녁으로 주셔서 배불리 먹고 고산병 예방약을 먹은 후에 예쁜 베개까지 베고 아주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
댓글목록
소병선님의 댓글
소병선 작성일
그 길이 1400년전 '현장법사'가 일년을 걸어서 '간다라 지방'과 '인도'까지 갔던 길이지요,
'서안'에서 '돈황'을 지나는 '타클라마칸 사막' 남로로 해서 '카쉬가르'를 지나 '쿤자랩 패스'를지나는 '카라코람 하이웨이'고속도로는 예전엔 대상들이 지나던 실크로드의 하나구요,
그 길을 쭈욱 따라가면 '길기트'를 지나고, 더가서 '페사와르'를 지나면 그 유명한 아프가니 스탄을 지나는 카이버패스로 나오고요,여기는 마케도니아의 알랙산더 대왕이 지나간 대왕의 길이기도 하지요.불상이 만들어진 간다라지방의 중심이기도 하고요
서안(예전 장안)에서 투르판을 거처 우르무치을 지나면 천산산맥 북쪽으로 지나는 실크로드의 천산북로도 나오고요, 남쪽으로 지나는 길인 천산남로도 나오고요
님이 달린 그길에서 서쪽으로 웅장한 파미르 고원의 산맥들이 세계의 지붕이지요.그 너머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난 투르크매니스탄 우즈베키스탄도 실크로드의 한 길에 있구요
달린 그길의 남쪽으로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쪽을 두루는 산맥은 곤륜산맥이지요,그 산을 넘을 수는 없지만 넘어서 갈수만 있다면 , 인도의 카쉬미르 지방도 나올거고, 그 한 가운데는 어느 책 (오래된 미래)의 중심도시 '라닥'이 나올겁니다.
옆으로 누워 잠을 자면서
몽고군의 티무르 제국의 포효하는 소리와 웅장한 말 발굽소리도 들었겠지요.....
따다닥 따다닥''''
그 말발굽소리을 대신할 할리데이비슨의 엔진음소리를 들으며 한번 가보고 싶은 꿈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꿈으로 끝나도 좋지만 그 꿈을 이루려고 게을러 지려는 마음을 추스리고, 아침마다 더 자고 싶은 마음 다스리며 조깅을 나갑니다.
완주를 축하합니다.
그리고 10년후 저도 그 길을 달려보고 싶습니다.
부럽군요.
홍현분님의 댓글
홍현분 작성일
소병선님.. 이번 고비 사막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사하라보다 엄청 힘들게 고생을
짤짤히 했습니다ㅋ 지리에 대해서도 옛날 실크 로드 였다는 것 밖에 몰랐는데...
자세히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꿈을꾸고 꿈을향한 표지를 따라가면 온 우주가 돕는다고 합니다. 힘든만큼 보람도 큽니다
꿈이 있다면 계획하고 도전 하십시요 식량과 장비 꾸리는 노하우는 제가 돕겠습니다 이복의 선배님 김광현 감사님 미영언니 영숙언니 혜숙언니 고비 갈때 응원해준 백회 회원님들의 응원은 제 평생에 잊지 못할 은혜로 가슴에 새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