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도전을 향한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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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남 댓글 12건 조회 2,444회 작성일 07-03-27 05:20본문
끊임없는 도전을 향한 나의 길
-연속4풀을 완주하며-
나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일차적으로 연4풀 통산하여 평균기록이 3시간 29분 59초에 이르는 것이며 이차적인 목표는 마지막 날까지 과연 걷지 않고 뛰어서 서브4를 이룰 수 있을까.
만일 완주하지 못하여 중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자존심의 상처로 차기대회에 출전하는데 무력감과 함께 조소의 대상으로 회자되지는 않을까.
설혹 목표시간 내에 완주하더라도 무리한 레이스로 야기된 부상으로 어쩌면 영원히 달리기의 생활을 접어야 할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위와 같이 검증되지 않은 나의 수련의 척도에 대한 시험무대를 향한 행보를 하기에 앞서 미지의 불모지를 개척하는 심정에서 초조한 번민과 두려움 등으로 강한 의문과 의혹을 품고 숙고 끝에 비록 목표달성을 하지 못하거나
중도포기 하는 사태로 인해 비웃음의 대상으로 회자된다거나 이로 인해 향후 부득이 레이스를 중단해야 될 정도의 부상이 야기된다 할지라도 기왕에 마음에 뜻을 품고 있는 이상 끝까지 도전도 해보지 않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한다면 살아있는 송장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을 정도의 비겁함을 안고
살아야 할 것이 더 두렵고 더구나 우리네 인생길이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으로 의연히 피어나는 창조적 자기표현일진대 ‘한 번의 실수는 병가지상사며 성공의 어머니’ 란 말이 뇌리를 스치면서 이와 같이 자신의 한계를 검증해 볼 수 있는 이런 기회는 평생에 거의 없을 것 같고 있다 해도 지금의 기
회에 도전의 불씨를 점화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기에 내게 주어진 이번의 기회가 실로 앞으로 남은 여생을 이끌어가는 데 중차대한 전초전 같은 필연적인 운명이라 생각하고 감히 결전의 시위를 따라 격전장을 향한다.
기왕에 결전의 뜻을 품고 도전의 불씨를 점화했으면 비록 몸이 망가지고 만신창이가 된다할지라도 운명적인 선택의 정도라 여기며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같은 장엄한 불꽃을 피워내야겠다는 강한 확신과 최면으로 심신을 추스르고 나서 드디어 3월 1일 조천만세동산의 스타트를 기점으로 4일간의 대장정의 장도에 오른다.
행사 첫날이 기미독립정신의 숭고한 선열들의 넋을 추모하는 3.1절의 부대행사에 맞추니 여러 감회가 서린다.
일제하의 강점으로 36년간의 피지배로 온갖 박해와 수모를 강요받던 우리의 선조들이 최소한 주권국가로서의 체통을 일신하고자 몸부림하던 절규의 소리가 들리는가.
동방예의지국의 선비족임을 자처하고 체면과 형식적 의례나 관습에 기한 무사안일의 방관적 자세로 일관한 형식논리만을 추앙할 뿐 합리적 사고로 결집된 유비무환의 대비를 소홀히 하여 마치 강나루 건너 마을에 불놀이같이 한일합병조약을 조인한 당시의 한심하고 무력한 위정자들의 작태를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약소국가에서 풍전등화 같이 나약하고 무력한 민초들의 항쟁은 총칼로 무장한 사무라이에게는 소귀에 경치기랄까 말귀에 봄바람이 아닐까...
옛글에 “옥은 갈고 닦아야 좋은 그릇이 되고 사람은 나서 배워야 도리를 깨칠수 있다” (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道)는 글이 불현듯 뇌리를 스친다.
적정한 힘의 균형과 유비무환의 전비가 없는 자주국방의 예찬은 백지에 태양을 그려놓고 빛이 비치기를 고대하는 것과 같이 무념무상의 공염불에 다름 아닐것이라는 생각이다.
불혹을 넘어서 45세에 이르러서도 운동신경이 전무하여 전혀 운동에 문외환이던 내가 어느 날 직장에서도 금연운동의 열풍으로 금연에 성공하면서 과체중의 심각한 위기의식의 깨달음 끝에 마라톤이라는 관문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지금까지 늘 득도를 향한 시련의 채찍으로 삼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고 흔히 회자되는 이유도 마라톤이라는 장정 속에는 사람이 나서 팔십여 평생을 살아가면서 부대끼는 희로애락의 복선이 함축돼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의 여정이라 본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본령은 우선 여느 누구와의 기록경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냉엄한 채찍과 최면으로 정신무장을 통하여 얻어지는 자아성찰의 나침반이며 인생의 영원한 가르침을 주는 참스승이라고 본다.
뿌리면 뿌린 만큼의 소득이 흘리면 흘린 만큼의 땀과 열정의 결실이 잉태되는 것이 인과법칙이라면 인생살이도 이와 무관치 않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이 나서 종착역인 한줌의 부토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끝없는 배움의 수련을 통하여 성찰하여도 다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묘비명에도 학생이란 칭호가 붙고 동서고금의 달관한 성현들도 인생의 의의에 대하여 정설을 세우지 못하여 결국 “영원한 스핑크스적 존재”라고 했던 이유도 복잡 미묘한 인고의 과정을 통하여 성숙해가는 인생역정임을 자인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고뇌하는 것은 바로 성장의 징표이며 이에 비례한다고 하는데 극한적인 상황에서 돌파구를 찿으려고 사유하며 각고의 지혜를 짜내듯이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길이 있으면 반드시 열리리라.
나는 운동신경이 아둔하고 더구나 마라톤에 대한 선천적 소질이나 재능은 전혀 갖고 있지 못함을 안다.
그러기에 어느 한계점 이상의 기록향상이나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순박한 농부가 텃밭을 일구는 심정으로 내게 주어진 소질과 환경에 무한한 감사와 긍지를 느끼며 잠재된 나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개발하고자 최선을 다 할뿐이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내게 당면한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모든 조건을 여과없이 수용하여 가능하는 한 그 전부를 쏟아 붓겠다는 의미이지 대회때마다 최고기록을 경신하려는 기대하에 무리한 레이스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솔직한 심정인데 사람인 이상 누구나 대회때마다 호기록으로 개인최고기록을 달성하여 그 역량을 드높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고 이에 맟추어 훈련의 강도를 배분하기도 하지만 의욕과 의지만으로 인생사가 판가름 되지 않듯 마라톤도 이와 흡사하다고 본다.
제아무리 강도 높은 훈련과 열정으로 레이스를 주도한다해도 당일의 몸 상태, 기상조건 등 어느 하나라도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난공불락의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경험상 명백하다.
따라서 당일의 기후조건이나 몸 상태에 따라 좋은 기록을 달성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레이스 도중 예기치 못한 어느 순간에 악몽 같은 피치 못할 돌발상황에 따라 악전고투로 완주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 따라 가치관이나 인생관의 천차만별이듯이 레이스를 하면서도 악전고투의 돌발 상황과 조우하여 완주자체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목표치의 기록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완주를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물론 후자에 속하며 앞으로 달림이의 생활이 계속되는 한 그대로 계승될것이고 이를 존중하려한다.
기록이 좋으면 좋은 대로 행여 나쁘면 나쁜 대로 그날의 모든 조건을 수용하여 내 몸의 상태가 허용하는 한 최선을 다하여 피니쉬라인을 향하여 역주를 할 것이다.
사람의 성향에는 누구에게나 두 개의 기준이 있다고 본다.
어떤 위기상황이나 돌발 상황에 처했을 때 강한 최면과 인고의 시련을 통하여 극복하려는 본성과 무사안일의 고육지책으로 주저앉거나 포기하려는 이중성향이 그것이다.
누구나 사람은 편한 것을 추구하고자하고 고통을 즐기려는 사람은 없다.
포기는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완주는 누구든 할 수 있으나 아무나 할 수는 없다.
강한 시련과 인내의 과정을 동반해야만 가능하다.
포기는 누구든 아무나 때와 장소에 구애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이고 일시적으로 육체적 안락이나 평온을 꽤할 수 있어도 고진감래의 과정을 통하여 산출되는 성취욕이나 쾌감에 비할 수 없다.
이는 학습의 길과도 흡사하다고 본다.
학습하다가 모르는 단어나 어구를 만나 곁에서 알려주면 쉽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나 이렇게 쉽게 얻은 지식은 오래가지 않고 곧 망각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자녀가 공부하다가 물어오면 직답을 피하고 가능한 사전이나 참고서를 통하여 숙지하도록 독려한다.
누구든 마라톤대회에서 컨디션난조와 부상으로 인해 몸은 천근만근이고 페이스가 저하되어 자신의 평균기록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으면 더 이상 레이스를 하고 싶은 의욕이 상실되어 포기할 구실을 찾아 회수차량을 찾는 경험을 한 두 번은 했으리라 생각한다.
연4풀 1일차 3월 1일 42.195km 조천-신산입구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고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없을지도 모를 연4풀에 도전하면서 이제 그 1일차를 맞아 출발선상에 대기하고 있자니 잔잔한 감동과 함께 다소 설레이기도 하는 긴장이 서린다.
특히, 수년전부터 전국도처에서도 웰빙 시대의 열풍으로 마라톤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기한 대중스포츠로 각광받고 인기종목의 유산소운동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마라톤인구의 저변확대에 편승하여 각종 마라톤대회가 전국의 도처에서 우후죽순처럼 거의 매주 열리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주5일제가 정착됨과 맥을 같이하여 주2회(토.일) 풀코스에 참가하는 매니아들이 생겨나면서 조만간 이에 부응하는 연3풀, 연4풀 나아가 연5풀도 성황리에 기획되고 시행될것으로 예상된다.
참가자수가 고작 채 40명도 되지 않아 대회장의 분위기는 다소 썰렁해 보이나 전국에서 각기 내로라고 자처하는 듯 최고 메니아 중의 골수 매니아라 할 수 있는 소수의 정예가 아닌가 싶다.
풀코스 개인기록의 여하를 떠나서 연3풀 대회에 도전한다는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일상의 범주를 벗어난 결행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이 대회에 신청하면서 꽤나 주저하였으나 제주도 일원에 걸쳐 전국에서 최초로 연3풀대회가 기획되는 점, 제주에 거주하는 달림이로서 내가 신청하지 않는다면 도리가 아니라는 점, 당당히 이번 기회에 전국강호의 뜀꾼들과 자웅을 겨룰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보다 자신의 인내력과 극기의 한계를 검증해볼 수 있는 최적기라는 점에서 출사표를 던지기에 이르렀다.
드디어 카운트다운이 개시와 더불어 출발을 알리는 축포가 발사된다.
잠시 머릿속에 레이스 계획을 그려본다.
2일차, 3일차 등 후반부에 접근할 수록 체력소진으로 상당히 페이스가 다운될것으로 예상되기에 평균기록의 목표기록 3시간 30분 이내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우선 오늘은 1일차이니까 3시간 10분대의 페이스로 골인, 2일차는 20분대 3일차 30분대, 그리고 4일차는 40분대로 완주하리라 작심하고 레이스 대열에 합류한다.
그런데, 시작과 더불어 강한 맞바람이다.
더구나 반환점을 돌아오는 코스가 아닌 피니쉬라인 끝까지 이어지는 순환코스인지라 강한 맞바람과 맞서 레이스를 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니 오늘 꽤나 고생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페이스 계획을 수정해 당초 오늘의 계획 3시간 10분대에 맟추어 배분된 킬로당 4분 30초 내지 40초 페이스를 5분 페이스로 전환하여 3시간 30분에 목표기록을 세우니 한결 마음이 홀가분하고 경쾌한 레이스를 맞는다.
출발하면서 하프참가자 및 10킬로 참가자까지 동시 출발을 하다 보니 체 3킬로에도 이르지 않았는데 수많은 주자들로부터 추월을 당한다.
아직은 레이스 초반인데 한없이 추월을 당하다보니 오기가 발동하기도 하여 역추월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으나 앞으로 가야할 여정이 첩첩산중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몸에 별로 부하가 따르지 않는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하여 골인점을 통과하니 3시간 29분 13초이다.
2일차 42.195km3월 2일 08시 50분 출발 (신산입구에서 남원읍 위미순환)
오늘의 예보된 기상상태로는 흐리며 곳에 따라 비가 온다고하여 한줄기 시원한 소낙비를 기대하기도 하였는데, 레이스 초반부터 끝까지 강한 햇볕과 상승기온으로 마치 초여름의 날씨를 방불케하는 무더운 날씨다.
나중에 보니 낫최고기온이 21도라고 한다.
나는 원래 더위에는 무척이나 약한 편이라서 오늘 레이스를 하면서 특히 조깅모드로 하여 킬로당 5분페이스로 달렸는데도 무척 힘든레이스로 골인하였다. 3시간 31분 39분
3일차 42.195km3월 3일 09:00 출발 (표선-북촌리조트)
오늘도 일기예보에 의하면 흐리고 비가 온다는 소식에 따라 행여 우중레이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타트라인을 향한다.
비는 오지 않고 흐리고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이 있어 쾌적한 레이스를 펼칠수 있을 것 같다.
출발신호에 맞추어 선두그룹을 따라 달려 나간다.
연3일차를 맞아 수검을 앞둔 수험생의 기분이다.
연2풀은 그런데로 성공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겠는데 오늘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몸에 큰 부상이나 무리는 없을까 심히 우려되는 마음으로 출발선상에 섰으나 왠지 몸의 상태가 가뿐하고 경쾌하다.
5킬로 구간기록을 통과하여 렙을 체크해보니 20분 40초다.
이 페이스라면 서브3페이스인데, 너무 빠르다는 생각에 페이스를 다운하여 10킬로 구간을 통과 42분 52초다.
아직도 남은 구간이 32킬로나 된다는 점을 상기하여 페이스를 다운하여 4분 40초 정도로 하여 5킬로 구간기록 24분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골인점까지 오니 3시간 19분 33초에 이를 수 있어 성공이다.
이제 오늘로 제주일원에 걸친 연3풀 축제는 끝나고 내일이면 한강에서 열리는 서울마라톤대회일이다.
마지막까지 의연하고 겸허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여 유종의 미로 찬연한 결실을 획득하리라 다짐한다.
4일차 42.195km서울마라톤 (한강시민공원)
계획된 레이스의 연4풀 마지막일정의 소임을 다하기 위하여 아침 7시발 대한항공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전철을 이용하여 여의나루역에 이르니 런닝용품 및 잡다한 상품을 진열해놓고 고객을 유혹하는 상인들을 비롯하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분주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런너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가하면 저멀리 퍼지는 확성기로부터는 사회자의 흥분된 어조와 잔잔한 긴장과 함께 성황리에 개최되는 도심지의 열띤 대회임을 피부로 공감할 수 있는 열정과 동요를 내 뿜고 있다.
서둘러 물품보관소에 소지품을 맞기고나니 출발 10분전임을 알린다.
오늘의 대회가 동아마라톤을 2주 앞두고 이를 대비한 전초전으로서 채비를 하기 위함에서인지 풀코스에 참여하는 주자의 수도 1000여명에 육박하는가하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왠만한 고수는 다 집결한 듯 싶기도하다.
주요 메이져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기록별 주자의 능력에 따른 출발그룹 현상을 서울마라톤대회에서도 오늘 처음으로 시도하는가 싶다.
내게 배부된 배번에 기한 출발그룹은 분명 A그룹이다.
아마 접수시에 개인최고기록을 기준으로 서브3 및 적어도 3시간 10분대의 기록을 보유한 주자들로 그룹을 형성하여 배정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오늘은 잠시 기록에 대한 욕심을 접고 3시간 30분대에서 40분대의 기록으로 무사히 완주만 할 수 있으면 연4풀에 도전하여 완주했다는 성공적인 평가를 할 수 있기에 구태여 A그룹을 고집할 이유는 없고 오히려 오버페이스에 휘말림으로써 후반에 체력손실로 완주자체가 불투명한 결과를 감안한다면 B그룹 후미에 위치함이 적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원래 한강의 주로가 편도 1차선의 협소한 도로사정으로 출발시에 거느적거려 불필요한 에너지소모와 심리적 압박감으로 레이스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어진 A그룹 후미에서 심호흡을 하며 출발준비를 한다.
실로 하나같이 얼굴의 양 볼에는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수척한 안면에 눈매는 호시탐탐 먹이를 찾아 노려보는 날카로운 독수리의 형상이며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눈빛은 강도 높은 촉광의 백열등이랄까 온몸은 온통 검게 그을리고 구릿빛나는 피부에 반들반들 은빛의 적당한 근육으로 잘 다듬어진 몸메는 과연 명실상부한 서브3주자요 강인한 훈련과 온갖 풍상을 껶고 불굴의 투혼으로 개선한 격전의 용사임을 웅변적으로 대변하는 암시가 아닐까싶다.
과연 출발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는 역동적인 주자들의 틈에 부대끼어 한발 한발 주로를 따라 본격적인 레이스를 펼쳐본다.
최종완주목표기록 배분과 상관없이 나의 체력과 컨디션 상태가 허용하는 한 최선을 다하여 역주하리라는 나의 평소의 생활신조에 따라 역주해보지만 역시 연4풀로 피로가 누적된 탓으로 몸의 상태가 둔중하고 무기력하여 속수무책임을 깨닫는다.
출발시부터 A그룹의 대열에 따라 킬로미터당 4분 10초 내외로 역주하는 데도 3킬로미터에도 이르지 못하여 무수한 주자들로부터 한없이 추월을 당하여 맥없이 떨어져나간다.
아하! 기왕에 추월을 당하여 이상태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할 수 없다면 아예 B그룹주자들의 페이스에 맞추어 동반주하다가 후반에 상태를 보아 역추월함이 지금의 내 몸의 상태에 부합한 적절한 레이스의 길임을 확인하여 페이스를 늧추니 몸이 상태가 아주 가뿐하다.
잠시 작전상 일보 후퇴하는 심정으로 피로해진 심신을 추슬러서 조깅페이스로 전환하여 달려 나간다.
수많은 주자들로부터 하염없이 무기력하게 추월을 당하니 일순간 망연자실한 자존심의 상흔에 곤욕을 껶기도 하였으나 이내 안정을 찿아 ‘추월을 할려면 해봐라 얼마든지...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는 심경으로 레이스를 펼치니 만사형통이다.
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항상 생각하고 깨달음은 바로 마라톤경기는 건재한 체력과 강인과 정신력이 겸비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생각의 편이에 따라서 또는 가치관의 여하에 따라 “완주”라는 의미를 단지 걸어서라도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기만 하면 그 결과에 착안하여 의미 부여를 하는 관점에서 보면 달리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마라톤에서의 진정한 완주란 42.195에 이르는 과정을 걷지 않고 천천히라도 뛰어서 결승점을 통과해야만 완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녕 걷지 않고 뛰어서 완주하려면 강인한 체력과 집요한 정신력에 기한 강도 놓은 적절한 훈련으로 준비된 마라토너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프반환점을 기점으로 파워젤과 계란후라이 및 오이조각 하나를 챙겨 먹으니 스테미너가 되살아나는지 강한 힘의 중전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25킬로 지점에 이르면서 기현상이 몸에 전이되면서 전반에는 수많은 주자들에게 한없이 무기력하게 추월을 당하였지만 이제 반대로 빼앗겻던 나의 위치를 찿아 한 사람씩 역추월을 하여 골인점까지 추월에 추월을 거듭하여 피니쉬라인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 나가니 전광판에 시계가 3시간 26분대를 가리키고 있음을 목도하니 만감이 교차하여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드디어 해냈다는 자긍심과 함께 앞으로 또 다시 또 다른 도전을 찿아 내 삶에 영원히 시들지 않는 활력과 저력을 바탕으로 희망의 둥지를 향하여 도약할 것을 상상하니 마음속에 힘찬 불꽃이 일어나며 비상의 날개가 솟아남을 느낀다.
사실 내가 제주도민의 자긍심을 품고 처음에 이 연풀축제에 주사위를 던지면서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특히 중간에 부상이 야기되어 도중 하차함은 고사하고 이로 인하여 영원히 마라톤을 접어야 하는 사태를 맞아야 하지는 않을까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르는 격으로 너무나 무모하고 황당무계한 도전으로 비웃음의 대상으로 회자되지는 않을까 등 꽤나 걱정이 되었는데 이렇게 마지막까지 적당한 기록으로 성공적인 레이스를 펼칠 수 있어서 퍽 다행이며 커다란 영광이라 생각한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며 사람은 달린다’는 말처럼 나는 남은 여생을 살아가면서 최선을 다하여 역주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역동적인 질주는 존재가치의 확인”임을 좌우명으로 삼아 매사에 역동적으로 생활하며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한 곳에 고여 있는 물은 부패하기 쉬우나 흐르는 물에는 이끼가 없고 썩지 않는 것처럼 역동적인 질주는 잠자는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내 삶의 본령임과 동시에 영원히 시들지 않는 생동력있는 영혼을 향하여 돌진하는 존재가치의 확인으로 명명하고 싶다.
노력하고 두드리면 열리리라.
뿌리고 흘리면 뿌린대로 흘린만큼 성취의 결실이 영글어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바 인간의 오장육부도 대우주와 상응하는 소우주의 맥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단련하면 할수록 강성해지고 유연해지지만 수련과정에 다소 피로감과 야기될지도 모르는 부상의 두려움으로 게으르고 나약한 무사안일의 심성과 쉽게 타협하여 안일을 도모하면서 다채로운 욕망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렇듯 사람이 나서 배우는 것을 꺼려한다면 득도할 수 없듯이 옥도 충분히 갈고 딲아야 좋은 그릇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마라톤은 끊임없는 수련과 향학의 길이며 자기성찰의 나침반임과 동시에 인생을 이끄는 훌륭한 교사라고 생각한다.
좋은 문학작품이나 예술품을 창작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의 습작과정을 통하여 심도 있는 사색과 투혼으로 귀결되듯 마라톤의 묘미는 기록단축을 위하여 끊임없기 제기되는 진일보한 자기수련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하는 산고의 과정을 통하여 체득하는 열매가 아닐까싶다.
그렇다면, 크고 작은 부상의 야기는 도전을 위한 필연적인 부산물이며 인위적으로 피해가야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마치 가파른 등정을 위하여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인 야산을 넘어야 하듯이...
도전의 과정을 통하여 야기되는 후유증이나 부상이 두렵다면 더 이상 도전이라는 말을 하지도 말고 더구나 마라톤을 접어야 하리라.
따라서 크고 작은 부상은 마라톤을 하는 한 선험적으로 뒤따르는 필연적인 존재이며 더러운 오물을 피해가듯 피해간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예고 없이 기다리는 복병과 같은 존재이다.
이렇듯 부상이 운동을 하는 한 필요악이라면 차라리 매사에 조심하며 경원시할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이며 의연한 자세로 부상과 맞서 극복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체력과 근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댓글목록
윤태수님의 댓글
윤태수 작성일
다읽는데 19분 걸렸네...
상남형님 대단한 글솜씨임니다.
쓰릴넘치는 장편소설 한권 읽었습니다.감사합나다
박청우님의 댓글
박청우 작성일
대단한 열정에 감동하였습니다.
참! 자동차는 잘 굴러가는지요?
고이섭님의 댓글
고이섭 작성일
대단한 열정
대단한 힘
대단한 글
상남님 정말 대단합니다
앞으로도 부상없는 달리기 쭈~욱 이어가시기 원합니다
신원기님의 댓글
신원기 작성일
감동의 4 풀 잘 읽었읍니다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 이 상남 화--이팅
4풀하는날 내가 뒤따라가 면서 중얼 중얼...(저인간은4일짼데 난모야)덕분에 쬐끔 먼저 왔네요
제주 한바꾸에 이름 있는거 갔던데....나요 148 K 트레일런 갑니다
항상 부상없는 행복한 달림이 되십시요
이문희님의 댓글
이문희 작성일
나는,자네를 만나면 늘경이롭거든..
내가 할수없는것들 해내거든..
오늘도 큰교훈 배우고 가네.
친구 늘건강하시게..
문광신님의 댓글
문광신 작성일
가히 마라톤의 입신의 경지에 도달한 분이 아닌가 느껴지네요. 상남이 형!
풀한번도 힘든데 3연풀을 그것도 부족하여 1풀더추가하셨다니...가히 마라톤神이라고 할수밖에 없네요.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4연풀을 하셨으면 좀더 글을 길게 쓰시지 왜 쓰다마신 거요.
ㅋㅋㅋㅋㅋ 상남이형! 존경합니다.저는 형의 신들메끈 근처에도 못갈것 같습니다.
제주의 괴물(?) 이상남! 화이팅!!!!!
문종훈님의 댓글
문종훈 작성일
언제나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열정에 경의를 표하며 아울러 100회 고지를 향해
전진하시는 상남형님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제주의 맑은 산소 맘껏 섭취하시면서 새로운 도전성공 소식 기대합니다
임규섭님의 댓글
임규섭 작성일
4풀 완주기에 앞서 마음가짐이 가히 주신의 경지에 올랐음이요!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시고 이어 써브3 까지. 강...철...체...력!!!
오는 일요일 울트라 100Km 첫 도전 멎지게 성공하시길.....
맑은바람 형님!!!힘!!!
김창희님의 댓글
김창희 작성일
형님의 마라톤 대한 열정에 존경을 표합니다.
언제까지나 건강하시어 역동적인 질주를 하시길 기원합니다. 힘!!
김동욱님의 댓글
김동욱 작성일
가슴 뭉클한 형님에 글 너무 좋아 이곳 광양 클럽에
게시판에도 올릴려고 합니다.
괜찮으시죠???
늘 형수님과 함께 건강하시고 하시는 사업도
늘 번창 하시길 기원합니다!
힘!!!!!!!!!!
신원기님의 댓글
신원기 작성일
이글 퍼 갑니다
내일 100키로 열씨미...화이팅
박세현님의 댓글
박세현 작성일눈팅만하다가..시간이 부족하여..다 읽지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