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마라톤 대회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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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석산 댓글 4건 조회 2,566회 작성일 04-11-18 05:28본문
"아멘!"이라고 하면 멈추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목사님이 장에 가서 말을 한 마리 샀는데, 그 말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기분이 좋아 말을 사서, 타고 가시던 목사님 깜빡 졸음이 와서 졸았답니다.
한참을 자던 목사님이 잠에서 깨어 보니 눈 앞에 절벽!
앗! 멈춰. 멈춰. 서라. 서. 참, 그 말이 뭐였지?
"신난다." 하면 달리다가도 온갖 폼을 다 재기도 하고, 엄청 빨라지기도 하지만,
"천천히!" 라고 하면, 즐겁게 달리는 마라토너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달리게 되었습니다.
'손기정배 제2회 스포츠서울마라톤대회'
날씨도 좋고, 주로 또한 평탄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천천히, 천천히!" 달리라고 주문을 했고 또 그랬습니다.
꼬불꼬불 길이 돌고 돌더니 한강을 따라 달리는 길이 나타났습니다.
앗싸!
강바람도 그리 차지 않았습니다.
마치 한강은 사람에게 저처럼 유유히 흘러가라는 것을 가르쳐 주려는 듯 그렇게 흘러갑니다.
즐거운 마라토너는 차츰 빨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마라톤 대회 80번 째 참가입니다.
저 앞에는 제가 속해 있는 100회 마라톤 클럽 회원님들이 보입니다.
클럽 내에서는 '왕형님'으로 통하시는 73세의 석병환님의 100번 째 완주일입니다.
동반해서 달리시는 회원님들을 뒤에서 바라보자니 부럽기도 하면서,
속 마음으로는 저 또한 하나의 위업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깨 보는 것.
'도전하는 자, 얻을 것이 있다.' 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 또한 도전을 하고 그 영광을 왕형님의 100번 째 완주 기념품으로 드리고 싶었습니다.
항상 저보고 '대기 만성형'이라면서 치켜 세워 주시던 형님,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잘 달렸습니다.
반환점까지 정말 잘 달렸습니다.
연세가 많으시니 항상 저보다 빠르게(?) 완주선을 밟으시는 왕형님.
보통 완주 시간으로 보면 30분 정도의 차이가 나니 아무리 쫓아가려고 해도 쫓아가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형님을 반환점 부근에서 발견.
아, "신난다!"
물론 오늘은 경사로운 날이기에 조금 느린 페이스로 달리고 계신 것입니다.
왕형님의 100회 완주일, 100회 마라톤 클럽의 경사로운 날입니다.
일생에 마라톤을 100회 완주해 보자고 모이기 시작했던 클럽입니다.
때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의심을 했던 적도 있었던 100회 완주였습니다.
그 100회를 이루는 것을 본다는 것은 회원으로 뿌듯한 날입니다.
그러나 제 페이스가 평상시보다 많이 빨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난다." 를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리고 더욱 빨라졌습니다.
잠시 정신이 나간 듯, 100회 마라톤 클럽의 동반주 그룹을 앞질러 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버페이스도 엄청난 오버페이스가 되었습니다.
마침 비슷한 위치에서 달리던 지인들이 제 주위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면 써브-4가 가능하겠다."
써브-4.
저는 아직 써브-4로 달려 본 적이 없습니다.
80회 완주하면서 최고의 기록은 3주 전에 이룬 4:05.
이럴 때 '섬광처럼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라고 하면 진부한 표현일까요?
아주 오래 전부터 가슴 속에 담고, 남몰래 꿈꿔 왔던 것이 불쑥 솟아났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속으로 외쳤습니다.
"써브-4, 신난다!"
마라톤 입문 시 마치 친 형님처럼 대해 주셨던 안승진 형님이 힘이 빠질 때마다,
"써브-4." 를 외쳐 주셨습니다.
"시간이 아까워. 아까워" 하면서 독려해 주시던 박두신 형님.
이미 지난 주에 100회를 완주하고 100회를 넘어 첫발을 내딛는 대구시 의사회의 강철훈 원장님,
"형님, 오늘 죽어 보자고요."
구령을 붙여 주면서 쳐지는 걸음에 힘을 담아 주던 양성익 형님.
이렇게 네 분이 급조된 '지석산 써브-4 만들기'를 위해 애써 주셨습니다.
29km 를 넘으니 다리에 쥐가 날 듯하여 속도를 조금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오버페이스에 의한 체력 저하를 최소화 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수분 섭취(이온음료를 주로 마심)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급수대에 진입할 때 페이스를 줄이고, 물을 마시면서 잠깐 서서 쉬고, 그리고 천천히 달려 나가고...
그렇게 하니 쥐가 나지는 않았고 계속 달릴 수 있었습니다.
써브-4 가 곧 실현되리란 생각에 힘들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달려가던 중...
41km 못 미쳐 가파른 언덕이, 그 길이 몇 십 미터에 불과하지만, 화를 불렀습니다.
언덕을 넘어 평지가 나오자 바로 왼쪽 허벅지에 근육경련이 일어났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생각하고, 기다리고 풀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다리에 힘을 빼고(물론 쥐가 났을 때 다리에 힘을 빼기는 어렵습니다.
쥐가 나면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더 힘을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힘을 뺀 자세로 잠시동안 안정을 취하면 상태가 호전되는 경험을 했기에.)
안정을 취하니 걸을 만했고, 잠시 걷다 보니 다시 뛸 만해졌습니다.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아직 여유는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또 그런 상태가 생긴다면 시간이 더욱 지체될 것이니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했습니다.
"천천히!"
운동장을 진입하기 300여미터 전 입니다.
사진기가 보였습니다.
이 글의 시작에 나온 목사님 얘기를 다시 해야겠습니다.
절벽을 바라보면서, 절망에 쌓인 목사님.
열심히 기도하였습니다.
그 동안 잘 못 했던 것 회개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꼭 천국에 가길 원한다는 간절한 마음까지 다 고백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멘!"을 크게 외쳤고, 말은 그 말에 바로 코 앞의 벼랑 앞에 멈추었습니다.
얼마나 기뻤을까?
그 목사님은 하늘을 향해 외쳤습니다.
"할렐루야!"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오랫동안 꿈꾸었던 써브-4의 달성.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 또 그 것이 클럽의 경사로운 날에 이루어진다면...
"신난다!"
라고 생각을 하면서 사진기를 향해 두 손을 높이 쳐들었습니다.
예쁘게 찍어 달라고, 감격스러운 순간을 두고, 두고 간직하겠다고 손을 들어 올렸습니다.
울큰불큰.
오른 쪽 종아리에 쥐가 나 버렸습니다.
"천천히!"
라고 되 내일 때 꿈은 뾰로롱 날아 올라가는 봄날의 종다리마냥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먹고, 겨우 추스리고 달려 들어갔습니다.
아쉽게 4시간이 조금 넘어 버렸습니다.
아주 조금 넘어 버렸습니다.
공식 기록으로 4:00:27.
써브-4는 이루지 못했지만 최고 기록보다 5:37 정도 기록을 단축했으니 그 것으로 만족합니다.
마지막에 "신난다." 면서, 오히려 놓쳐 버린 써브-4.
그 기록을 위해, 그 순간만을 빼고 선 최선을 다했던 대회였습니다.
(마지막까지 같이해 주셨던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립니다.)
한강의 물은 여전히 유유히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뭐 그깟 것 가지고 아쉬워 하는가?' 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내년에도 있지 않은가 위로할 것만 같습니다.
아쉽지만 그래도 얻은 것이 많았던 대회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외쳐 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신난다!"
물론 달리는 것은 건강과 행복을 위한 것이니 종종, "천천히!"라고 외쳐야 하지만...
댓글목록
전순영님의 댓글
전순영 작성일
반환점을 돌때 동반주 그룹에 바싹붙어있는 것을 보고 오늘 또 아우에게
추월당하는구나 하고 열심히 뛰었습니다
오버페이스는 주머니속의 방울뱀같이 언제 물릴지 모릅니다.
Sub-four is not so far~~~!!!
전순영님의 댓글
전순영 작성일
반환점을 돌때 동반주 그룹에 바싹붙어있는 것을 보고 오늘 또 아우에게
추월당하는구나 하고 열심히 뛰었습니다
오버페이스는 주머니속의 방울뱀같이 언제 물릴지 모릅니다.
Sub-four is not so far~~~!!!
신두식님의 댓글
신두식 작성일
항상 유머와 철학이 넘치는 후기는 정말 재미 있읍니다
가끔 후기를 작성해봐도 도저히 선배님 흉내는 못 내거던요/
근데 목사님이 절벽앞에서 할렐루야 를 하고 난후 어떻게 되었죠??????????
선배님 이제는 섭-4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수 있겠네요.. 충분한 준비가 된것 같습니다..
원장님 힘............
곰탱이 이상규님의 댓글
곰탱이 이상규 작성일
크~~!!!!!!
정말 환장하게 아깝고도 아쉬운 기록입니다.
마지막 피니쉬라인에서 뒷바람만 쪼금 불어주었더면~~ 카....넘한다..ㅜㅜ
디뎌 우리 석산이형님께서도 서브-4달성을 하실 날이 멀지 않았나봅니다.
올해 몇경기 더 출전하실지 모르지만, 올해 가기전 소망 성취하시길 빌며,
설령, 올해 이루지 못하시더라도 내년 초엔 결단코 이루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요~~
(조만간에 이 곰탱이 기록도 깨실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요~~
후딱 도망갈렵니다. 형님~~*)
"나 자바 바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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