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산'형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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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현준 댓글 1건 조회 2,542회 작성일 04-10-28 03:44본문
'지석산'원장님의 사전 허락없이 춘/마홈에서 퍼옵니다.
용서해 주실런지요 ???
가족사랑과 마라톤에 대한 열정을 존경합니다...
작성자 : 지석산 (jisugsan@medigate.net) 추천: 4, 조회: 262, 줄수: 148, 분류: Etc.
[참가기]그녀 안의 고슴도치
아내는 아이들만 찾는다.
나는 그런 아내만을 찾는다.
서로는 서로가 잘 이해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내가 일에 대한 얘기를 신나게 한다든지,
경제는 어떻고 정치란 그저 그런 것이라고 흥분해서 얘기하다 보면 아내는 빤히 바라보고만 있다.
그러다 뜨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태영이(아들)가 학교에서 상을 받았는데..."
"응, 그래? 그래서?"
"아, 그러니까 혜영이는 수업 중에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었다는 거야..."
"응, 그래? 그런데...그래서 어쨌다 는 말이야?"
왜 우리 부부는 이렇게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못하는가?
소리도 질러 보고, 홀로 독백을 해 보아도 '인생이란 그런 것이야.'라는 선배들의
표현처럼 그렇게 부부생활이 뜨뜻미지근해 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아니, 이 한국이란 곳에서는 왜 그리도 교육열이 강한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아내들은 서로 모여 앉아 재잘재잘 아이들에 관한 얘기로 끝이 없다.
그 것도 모자라 남편이 집에 들어와도 여전히 아이들에 관한 얘기다.
이 땅에 살아가는 보통의 남자, 남편으로 나의 속은 타 들어만 간다.
나도 알아주길 바라나, 딴전을 부리는 아내가 야속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런 아내가 나를 알아줄 때가 있으니,
그 것이 마라톤 덕분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해할까?
자연 과학 다큐멘타리를 우리 부부는 자주 본다.
동물의 세계는 더욱 흥미를 끈다.
영장류는 인간과 닮은 점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신바람나서 바라 보곤 한다.
고릴라보다는 침팬지가 좀 더 친근해 보인다.
그런데 그 것들의 사회 생활을 바라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각자 서열을 정한다는 점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인간들의 본성과 유사해서인지도 모른다.
마라톤을 즐기다 보니 그 근본 속성이 끊임없는 서열 경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듯이, 마라톤에는 항상 서열이 정해지기 마련이다.
가끔 부정적인 방법으로 그 서열을 흩트리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비난한다.
그만큼 서열은 중요하다.
특히 남성들에게는 더 중요한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것에 예민하지만, 아내는 시큰둥할 때가 많다.
"완주만 하면 되지..."
라는 아내의 볼멘 소리에, 기록이 좋지 않다고 투덜거리는 나의 목소리가 섞여 들릴 때도 있다.
나는 왜 빨리 달리려 하는가?
서열 경쟁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왜 경쟁을 하는가?
그 것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유전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고 발뺌을 해 보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의문투성이이다.
이제까지 나의 최고 기록은 작년 11월에 세운 4:13이다.
올해 10월 3일, 김제 지평선 마라톤 대회에서 4:11로 기록을 갱신하고,
10월 10일, 공주 백제 마라톤대회에서 4:06로 연달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0월 24일에 춘천 마라톤에서 또 기록을 깬다는 것은 버겁다 못해 불가능해 보였다.
10월 17일 진안홍삼, 용담호 마라톤대회에서는 페이스 난조로 고생을 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나는 1년에 25개 정도의 대회에 참가하는 마라톤 마니아 중에서도 속칭 골수파에 속한다.
하지만 대개 무리하게 달리지 않으니 부상을 입거나, 힘들어서 포기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저 꾸준하게 달려 왔을 뿐이다.
그런 내가 기록 갱신을 일 년에 한 번 정도 하면 족할 터인데, 벌써 두 번의 기록 갱신을 했다.
그러니 이제 새로운 기록을 만드는 것은 내년으로 미루어도 좋았다.
아는 분들이 여파를 몰아 좀 더 기록을 깨라고 격려해 주었지만,
그러기에는 피로하기도 하고 자신감도 적었다.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 하기 전 나는 한 가지 생각을 해 냈다.
춘천은 마스터즈 마라토너들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전국 각지의 마스터즈 마라토너들이 일 년 동안 땀 흘려 온 것을 정리하고자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좋은 기록을 만들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있다.
경쟁을 위해서도 오지만, 물론 경쟁의 긴장감을 풀기 위해서도 오는 분들이 있다.
나는 춘천에서 경쟁을 하기보다는(기록을 갱신하는 것) 긴장감을 푸는 쪽으로 선택을 했다.
몇 가지 생각 중에 소품 하나를 준비하기로 했다.
딸아이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마시마로라는) 엽기토끼 인형을 빌려 모자에 매달았다.
복장 자체를 특이하게 하자니, 쑥스럽기도 하고, 달리는 데 자신이 없었다.
'누군가 알아 보고 즐거워 한다면 좋으리라.
또 그 즐거워 하는 것을 보는 나 또한 행복해질 것이다.'
라면서 준비를 했고, 출발 신호와 더불어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긴장해서일까?
알아 봐 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인형이 귀엽다면서 지나치는 분이 한 분...
뒤에 매달아 놔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 모자의 앞 뒤를 바꾸었다.
모자 뒤에 매단 인형이 이제 이마 바로 위에 놓였다.
급수대를 지나치면서 그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시마로다.', '엽끼 토끼다.', '저 아저씨 인형 좀 봐.'
급수대에 자원봉사 나온 학생들, 응원 나온 아이들이 소리쳤다.
'아, 이제사 알아주는구나...'
나는 달리다 말고, 머리를 돌려 흐물거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면서 답례를 했다.
급수대, 응원 나온 아이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아저씨, 짱이야!"
저런 소리는 들어도, 아무리 들어도 좋은 소리다.
힘이 절로 난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사소한 것에 감동을 하고, 기뻐하면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것이지...'
그래서 그런가 지치질 않는다.
혹시 오버페이스가 아닌가 시계를 연신 들여다 보았지만, 그렇진 않았다.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면 그들도 더욱 크게 소리 질러 준다.
이럴 경우 의학적으로 엔돌핀이 솟는다고 할 것이다.
운동장 입구에 늘어선 가족들, 미리 들어온 주자들 모두 소리를 친다.
여전히 아이들이 먼저 소리친다.
'저 아저씨 좀 봐!, 인형 좀 봐.'
힘들게 달려 온 것이 대단하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볼 거리를 만들고 달려온 나를 환영해 주는 소리.
올해는 춘천 마라톤 대회를 나름대로 이색적으로 치우었다고 만족스럽게, 환하게 웃으면서 골인했다.
4:05:54
어라?!
최고 기록이네?
비록 43초이지만 나의 최고 기록이다.
아내가 달려 왔다.
"잘 했어. 대단해. 여보, 정말 잘했어."
모자에 매단 인형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아 힘이 넘쳤다는 얘기를 듣던 그녀.
그녀는 쉴 사이없이 칭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과 최고 기록을 낸 것과 더불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되었다.
그런 나에게 아내는 한 마디를 더 보탠다.
"당신이 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기록이 나온 것이야. 사랑해. 여보!"
아내는 아이들이라서 좋아하는 것만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 하듯이 아내도 제 자식들은 예뻐 한다.
두 아이들은 서로 사랑을 낚아채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들과 딸 둘인 우리 부부, 아내의 가슴 속에는 아들과 딸 고슴도치를 품고 있다.
내게는 올해 최고의 날이라고 해도 좋을 춘천 마라톤 대회의 경기장에서,
그녀 안에 또 다른 고슴도치 한 마리가 어기적거리면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았다.
커다란 몸이 겨우 비집고 들어가면서도 잠시 돌아서 히죽거리며,
손가락으로 'V'를 만드는 아빠 고슴도치.
춘천의 코스는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다.
달리기에도 적당한 언덕을 포함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아 좋은 곳이다.
조직력 또한 대단하니 오직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또한 바람직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질 조그만 소품하나 챙겨 두는 것도 좋을 법하다.
아내의 따뜻한 마음 속에 들어 앉아, 내년을 기다려 본다.
내년에는 어떤 이벤트를 준비할까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마스터즈 정신을 갖고,
또 많은 마스터즈 마라토너들에게 함께 해 보자는 생각을 전하면서...
용서해 주실런지요 ???
가족사랑과 마라톤에 대한 열정을 존경합니다...
작성자 : 지석산 (jisugsan@medigate.net) 추천: 4, 조회: 262, 줄수: 148, 분류: Etc.
[참가기]그녀 안의 고슴도치
아내는 아이들만 찾는다.
나는 그런 아내만을 찾는다.
서로는 서로가 잘 이해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내가 일에 대한 얘기를 신나게 한다든지,
경제는 어떻고 정치란 그저 그런 것이라고 흥분해서 얘기하다 보면 아내는 빤히 바라보고만 있다.
그러다 뜨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태영이(아들)가 학교에서 상을 받았는데..."
"응, 그래? 그래서?"
"아, 그러니까 혜영이는 수업 중에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었다는 거야..."
"응, 그래? 그런데...그래서 어쨌다 는 말이야?"
왜 우리 부부는 이렇게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못하는가?
소리도 질러 보고, 홀로 독백을 해 보아도 '인생이란 그런 것이야.'라는 선배들의
표현처럼 그렇게 부부생활이 뜨뜻미지근해 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아니, 이 한국이란 곳에서는 왜 그리도 교육열이 강한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아내들은 서로 모여 앉아 재잘재잘 아이들에 관한 얘기로 끝이 없다.
그 것도 모자라 남편이 집에 들어와도 여전히 아이들에 관한 얘기다.
이 땅에 살아가는 보통의 남자, 남편으로 나의 속은 타 들어만 간다.
나도 알아주길 바라나, 딴전을 부리는 아내가 야속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런 아내가 나를 알아줄 때가 있으니,
그 것이 마라톤 덕분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해할까?
자연 과학 다큐멘타리를 우리 부부는 자주 본다.
동물의 세계는 더욱 흥미를 끈다.
영장류는 인간과 닮은 점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신바람나서 바라 보곤 한다.
고릴라보다는 침팬지가 좀 더 친근해 보인다.
그런데 그 것들의 사회 생활을 바라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각자 서열을 정한다는 점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인간들의 본성과 유사해서인지도 모른다.
마라톤을 즐기다 보니 그 근본 속성이 끊임없는 서열 경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듯이, 마라톤에는 항상 서열이 정해지기 마련이다.
가끔 부정적인 방법으로 그 서열을 흩트리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비난한다.
그만큼 서열은 중요하다.
특히 남성들에게는 더 중요한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것에 예민하지만, 아내는 시큰둥할 때가 많다.
"완주만 하면 되지..."
라는 아내의 볼멘 소리에, 기록이 좋지 않다고 투덜거리는 나의 목소리가 섞여 들릴 때도 있다.
나는 왜 빨리 달리려 하는가?
서열 경쟁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왜 경쟁을 하는가?
그 것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유전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고 발뺌을 해 보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의문투성이이다.
이제까지 나의 최고 기록은 작년 11월에 세운 4:13이다.
올해 10월 3일, 김제 지평선 마라톤 대회에서 4:11로 기록을 갱신하고,
10월 10일, 공주 백제 마라톤대회에서 4:06로 연달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0월 24일에 춘천 마라톤에서 또 기록을 깬다는 것은 버겁다 못해 불가능해 보였다.
10월 17일 진안홍삼, 용담호 마라톤대회에서는 페이스 난조로 고생을 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나는 1년에 25개 정도의 대회에 참가하는 마라톤 마니아 중에서도 속칭 골수파에 속한다.
하지만 대개 무리하게 달리지 않으니 부상을 입거나, 힘들어서 포기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저 꾸준하게 달려 왔을 뿐이다.
그런 내가 기록 갱신을 일 년에 한 번 정도 하면 족할 터인데, 벌써 두 번의 기록 갱신을 했다.
그러니 이제 새로운 기록을 만드는 것은 내년으로 미루어도 좋았다.
아는 분들이 여파를 몰아 좀 더 기록을 깨라고 격려해 주었지만,
그러기에는 피로하기도 하고 자신감도 적었다.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 하기 전 나는 한 가지 생각을 해 냈다.
춘천은 마스터즈 마라토너들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전국 각지의 마스터즈 마라토너들이 일 년 동안 땀 흘려 온 것을 정리하고자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좋은 기록을 만들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있다.
경쟁을 위해서도 오지만, 물론 경쟁의 긴장감을 풀기 위해서도 오는 분들이 있다.
나는 춘천에서 경쟁을 하기보다는(기록을 갱신하는 것) 긴장감을 푸는 쪽으로 선택을 했다.
몇 가지 생각 중에 소품 하나를 준비하기로 했다.
딸아이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마시마로라는) 엽기토끼 인형을 빌려 모자에 매달았다.
복장 자체를 특이하게 하자니, 쑥스럽기도 하고, 달리는 데 자신이 없었다.
'누군가 알아 보고 즐거워 한다면 좋으리라.
또 그 즐거워 하는 것을 보는 나 또한 행복해질 것이다.'
라면서 준비를 했고, 출발 신호와 더불어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긴장해서일까?
알아 봐 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인형이 귀엽다면서 지나치는 분이 한 분...
뒤에 매달아 놔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 모자의 앞 뒤를 바꾸었다.
모자 뒤에 매단 인형이 이제 이마 바로 위에 놓였다.
급수대를 지나치면서 그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시마로다.', '엽끼 토끼다.', '저 아저씨 인형 좀 봐.'
급수대에 자원봉사 나온 학생들, 응원 나온 아이들이 소리쳤다.
'아, 이제사 알아주는구나...'
나는 달리다 말고, 머리를 돌려 흐물거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면서 답례를 했다.
급수대, 응원 나온 아이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아저씨, 짱이야!"
저런 소리는 들어도, 아무리 들어도 좋은 소리다.
힘이 절로 난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사소한 것에 감동을 하고, 기뻐하면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것이지...'
그래서 그런가 지치질 않는다.
혹시 오버페이스가 아닌가 시계를 연신 들여다 보았지만, 그렇진 않았다.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면 그들도 더욱 크게 소리 질러 준다.
이럴 경우 의학적으로 엔돌핀이 솟는다고 할 것이다.
운동장 입구에 늘어선 가족들, 미리 들어온 주자들 모두 소리를 친다.
여전히 아이들이 먼저 소리친다.
'저 아저씨 좀 봐!, 인형 좀 봐.'
힘들게 달려 온 것이 대단하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볼 거리를 만들고 달려온 나를 환영해 주는 소리.
올해는 춘천 마라톤 대회를 나름대로 이색적으로 치우었다고 만족스럽게, 환하게 웃으면서 골인했다.
4:05:54
어라?!
최고 기록이네?
비록 43초이지만 나의 최고 기록이다.
아내가 달려 왔다.
"잘 했어. 대단해. 여보, 정말 잘했어."
모자에 매단 인형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아 힘이 넘쳤다는 얘기를 듣던 그녀.
그녀는 쉴 사이없이 칭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과 최고 기록을 낸 것과 더불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되었다.
그런 나에게 아내는 한 마디를 더 보탠다.
"당신이 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기록이 나온 것이야. 사랑해. 여보!"
아내는 아이들이라서 좋아하는 것만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 하듯이 아내도 제 자식들은 예뻐 한다.
두 아이들은 서로 사랑을 낚아채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들과 딸 둘인 우리 부부, 아내의 가슴 속에는 아들과 딸 고슴도치를 품고 있다.
내게는 올해 최고의 날이라고 해도 좋을 춘천 마라톤 대회의 경기장에서,
그녀 안에 또 다른 고슴도치 한 마리가 어기적거리면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았다.
커다란 몸이 겨우 비집고 들어가면서도 잠시 돌아서 히죽거리며,
손가락으로 'V'를 만드는 아빠 고슴도치.
춘천의 코스는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다.
달리기에도 적당한 언덕을 포함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아 좋은 곳이다.
조직력 또한 대단하니 오직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또한 바람직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질 조그만 소품하나 챙겨 두는 것도 좋을 법하다.
아내의 따뜻한 마음 속에 들어 앉아, 내년을 기다려 본다.
내년에는 어떤 이벤트를 준비할까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마스터즈 정신을 갖고,
또 많은 마스터즈 마라토너들에게 함께 해 보자는 생각을 전하면서...
댓글목록
이상남님의 댓글
이상남 작성일
감동적이며 드라마틱한 완주기 잘 보았습니다.
더불어 연전연승으로 최고기록을 갱신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원장님이 마라톤에 대한 깊은 열정 못지않게 부부간의 금슬로 이어
지는 가족사랑 또한 프로의 경지에 이른 것을 진실한 귀감으로 와 닿는군요.
지원장님의 섬세미려한 문체로 대회책자에 실린 몇편의 글도 많은 공감과 함께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의미있는 체험기를 열독하였습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제일로 생각하는 것처럼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결실의 풍만한 만추의 계절에 최고의 수확과 함께 지고한 가족의 사랑으로 또하나의 덩치 큰 고슴도치가되어 행복한 나래를 추가하시니 이또한 금상첨화가 아니겠느뇨?
우리의 인생도 각자 얼굴생김세가 다르고 각기 취향하는 목적, 생각하는 방법의
지표가 같을 수는 없더라도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최상의 이념으로 최고의
행복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누구나 열망하는 삶의 징표가 아닌가 합니다.
이런 점에서 마라톤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나 가치가 자못 크다고 봅니다.
비록 전문적인 프로선수는 아니드래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는 자기최면으로
한발한발 힘차게 질주하다 보면 기록도 향상되고 인생에서 확고부동한 확신을
잉태하는 첩경이라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부는 맑은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