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 즐겁게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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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병주 댓글 1건 조회 2,362회 작성일 04-09-24 05:50본문
이런 모습, 이런 추억이 생각나시는지요.
추석이 가까워지면 뭔가 마음이 설레고 기다림이 있었던 시절 말입니다.
멀리 객지에서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갑자기 준비한 왠지 모르게 코디가
안된 양복과 양장을 입고 오는 형님, 누나의 모습..
고향의 동생, 부모님을 위해 도중에 학업, 꿈을 접고 객지에서 고생하면서
명절 만큼은 누구보다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려고 애써던 모습을 말입니다.
그들 형제들이 이젠 40대 중반을 넘긴 우리 형제님들의 자화상이었습니다.
그뿐입니까.
객지의 자식을 맞이하고 조상님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우리 부모님들은
아직 체 익지 않은 벼를 쪄 찐쌀을 만들고, 그 찐쌀로 조청을 만들어 바람이
통하는 시렁에 보관을 시작하셨죠. 죽은 조상이 먹겠습니까 결국은 고생한
자식들 먹이려고 특별히 준비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의 선물이었죠.
언제 시작했는지 안방 윗목에는 콩나물, 녹두나물을 키우기 위한 옹기가 놓여져
있었죠. 새벽잠을 깨워가며 옹기에 물어주어 키운 나물이 차례상, 식탁에 오르기
까지 보여 주신 어머님들의 정성이 오늘에 우리를 있게 한 것입니다.
어머님들의 정성 못지 않게 우리들의 아버지는 일찌감치 재래식 화장실을
정비하고,마당의 그름더미를 가다듬고, 참나무 장작을 패서 가지런히 정리하였고
마당 구석구석을 청소하셨죠.
자식을 맞이 하지만 객지가서 떨어져 있던 자식은 큰 손님으로 생각하셨기에…
어린 동생들은 기다림이 희망 그 자체인 적도 있었지요.
누나, 형님이 무엇을 사가지고 오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갈때는 용돈은 얼마나 주고 갈까.
정말 추석 명절에 우리들의 꿈을 키웠다. 접었다 하던 시절 말입니다.
정말 없어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한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을 잠시 떠올려보며
고향마을 입구 건너편에 있는 고목 물푸레나무를 물끄러미 처다보며
어릴적 빠꾸총에 포구열매를 넣어 전쟁놀이 하던 시절도 회상하는 순간
마을 어귀부터 동네 골목골목 꽉찬 승용차에 마치 곡예를 하듯이
빠져 나가면서 우리의 변화된 모습에 뿌듯함보다 화를 내신 적이 없는지요.
모처럼 만난 고향의 친지,친구들에게는 설탕 한봉지를 돌리지 못하더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정을 잊지 마시고, 비록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고향을 지키는
친구에게는 막걸리, 소주에 간단한 안주를 놓고 살아감에 대한 서로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의 멋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들의 옛전 모습을 추억하며 우리아이들에게 강요는 할 수 없지만
이런 명절날에 가족간의 화합과 우애를 다지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전통을 알려
주는 교훈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일경지훈( 一經之訓 ). 이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자식들에게는 황금을 유산으로 물려주기 보다는 한 권의 경서를 가르치는 것이 낫다.”
라는 말을 비유한다면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컴퓨터가 없어 게임을 못한다고
보체는 아이가 있더라도 꾸지람 보다는 그들이 누리는 변화된 우리 시대의 생활에서
오는 추억거리라고 생각하고 효도와 가족의 질서를 알 수 있는 의미를 가르치는
좋은 시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경서 못지 않은 살아 있는 교육으로 그들에게 조상을 알고 지혜를 키우는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명절에는 좋은 신.구세대를 넘어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시고
고향에 오가는 중에 안전에 유의하시고 날씨의 변화가 심한 계절이니 만큼
추석음식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옛 어른들의 말씀에 추석음식은 잘 먹어야 본전이라고 하셨죠.
(요즘 시골이지만 냉장고가 없는 집이 없으니 큰 걱정은 안되지만…)
남자분들 마당쓸일 없고, 떡매 칠일 없다고 고스톱에 매진하시지 말고
10년후에 뭘 먹고 살지에 대해 고민 좀 해 보시고 아주머니들의 일손을
도와 주세요. 하는 일 없이 사우나, 찜질방에 가지 마시고요..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지 마시고 잘 생각해 보면 정말 고민되어 할 일이
많을 겁니다.
"고향집 어머니 "
어머니는 언제나 하늘을 이고
긴 밭고랑 김을 메시며 기도를 한다
급행열차도 서지 않는 산골마을 토담집에서
도시로 나간 큰 자식,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여전히 어머니 안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로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웃음소리에
기다림의 행복으로 살고 계신다
곡식이 익어 가는 계절의 소리
해질녘 돌아오는 작은 발소리
흙냄새 베어있는 어머니 모습
깊은 물 소리 없이 흐르듯
어머니 깊은 마음은 자연만큼 편안하다
- 권영분의 시 《어머니》에서 -
댓글목록
신화창조 박세현님의 댓글
신화창조 박세현 작성일
최병주님도 추석명절 즐겁게 보내시길... 좋은 글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에 동감을 느낍니다.